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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꽃향기

2025년 04월 18일(금) 17:28 [주간문경]

 

 

↑↑ 정창식
문경문화원 부원장
갤러리 문경공간-아름다운선물101 대표
법무사

ⓒ (주)문경사랑

 

봄볕이 따사롭던 3월의 한적한 휴일이었다. 거실 다탁 위에는 언젠가부터 안해가 구입한 책들이 놓여있었다. 다탁 앞에 앉아 평소에 눈 여겨두었던 책을 펼쳤다.

책의 제목은 ‘엄마와 헤어지는 중입니다’였다. 나에게 엄마는 손가락에 박힌 가시였다. 뽑아내려 하면 더 깊이 들어가는, 그래서 살처럼 굳어버린 그러나 건드릴 때마다 아픈 생채기였다.

글쓴이는 구순의 노모를 모시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반인이었다. 다만 글쓰는 재주가 좋아 글쓰기 대회에서 여러 번 수상하고 이렇듯 수필집을 내었다고 한다.

“나는 지금 엄마와 잘 헤어지고 있는 중일까?”

작가의 첫 에피소드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작가는 가정을 이루고 있는 정년을 앞둔 교육공무원이라고 했다. 홀로된 구순 노모 가까이에서 출퇴근길에 안부를 확인하는 일이 일상인 삶을 살고 있었다.

얼핏 평범한 듯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않음을 안다. 이는 모녀간에 애정이 깊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작가의 에피소드들은 노모와의 추억들이 날실과 씨실로 촘촘히 현재와 엮어져 충분한 공감을 이끈다.

특히, ‘벚꽃과 임계점’이라는 글이 그랬다. 작가의 노모가 병중이었을 때다. 작가는 그런 노모의 기저귀를 갈아주어야 했는데, 그것이 정말 쉽지 않았다. 그때, 노모가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한테 기저귀를 갈게 하다니, 평생 자식들을 위해서 힘들게 살아온 게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다.”

아아 나의 어머니,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책을 덮었다. 더 이상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다섯 해 이상을 어머니의 기저귀를 갈아드렸다. 아침과 저녁 두 번씩이었다. 어떤 때는 분심(憤心)이 났다. 그래서 차마 하지 못할 말들을 내뱉기도 했다. 그때는 몰랐다.

어머니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어 이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데, 나만 힘겨워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것이 어리석은 치심(痴心)이었음을 지금 깨달은 것이다. 어머니는 나에게 당신의 몸을 맡기면서 작가의 노모가 한 저 말처럼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아니 나에게 정말 미안해했을지 가늠하지도 못했다.

다시 책을 들었다. 작가는 어느 시인의 시를 인용하면서 후회하고 있었다.

정호승 시인의 ‘아버지의 기저귀’라는 시였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만나/ 다시 기저귀를 갈아드릴 수 있다면/ 나 아기 때 엄마가 내 기저귀를 갈아주신 것처럼 종이처럼 가벼운 아버지를 아기 달래듯 달래며/ 아버지 허리 좀 드세요…”

생전에 시인의 아버지는 당신의 몸을 아들에게 맡겨야 할 만큼 병중이었던 모양이다. 시인은 부끄러워하는 아버지를 이렇게 달래고자 한다.

“괜찮아요/ 뭘 그리 부끄러워하세요/ 토닥토닥 아버지를 달래며 환하게 웃어드리겠네….”

시인은 계속 거부하는 아버지를 달래다가 간절한 위로에 이르고 만다.

“늙고 병들면… 누구나 아기처럼 기저귀를 차야 할 때가 있다고/ 그럴 때는 자식이 부모의 기저귀를 갈아 드린다고… 아버지 한 숟가락만 더 드세요….”

시를 읽다가 호흡을 고르듯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마침 마당의 홍매화가 붉은 꽃잎을 날리고 있었다. 시인은 아버지에게 봄소식을 전했다.

“밖에 봄이 왔어요/ 사람은 먹어야 하잖아요….”

시의 마지막에서 나는 무너졌다.

“…아버지의 기저귀에서 나는 봄의 꽃향기/ 아버지라는 아기 냄새를 흠뻑 맡겠네”

시인의 그 마음이 내 안에 회환과 자책으로 치환되어 울음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어느새 안해가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왜 시인처럼 어머니의 기저귀에서 봄의 꽃향기와 어머니라는 아기 냄새를 맡으려고 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비록 치매이지만 어머니에게 부끄러움을 안겨 드리지 않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아 아 회환과 자책이 더할수록 울음은 멈추지 않았다. 아마, 글쓴이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글에서 그미도 울고 있었다. 어쩌면, 책의 제목처럼 지금 나는 엄마와 헤어지는 중인지 모르겠다.

주간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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