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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란

2020년 10월 20일(화) 16:56 [(주)문경사랑]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옆집은 벌써 캤고, 뒷집도 며칠 전에 다 캤던데….”

지난 봄 뒤안에 토란(土卵)을 심었다. 한여름 싱싱했던 토란이 가을이 되자 갈수록 여름과 다른 듯 했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토란을 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지난 일요일 늦은 오후 안해와 함께 뒤안으로 갔다. 뒤안은 부엌과 연결되어 있어 수도와 장독대가 놓여있다. 그 옆에 앵두나무와 산수유나무가 심어져 있다. 그래서 봄이 되면 앵두가, 가을에는 산수유 열매가 뒤안을 빨갛게 물들인다. 나무 밑에는 언제 심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머위나물이 봄부터 가을까지 가득하다. 토란은 수돗가 옆 작은 텃밭에 심어 두었다.

올 봄이었다. 여느 해처럼, 장에 나가 상추와 고추 그리고 토마토와 가지 등 여러 모종을 사서 앞마당에 심었다. 그런데, 올해에는 다른 작물을 더 심고 싶었다. 문득, 이웃집 토란이 떠올랐다. 담장 너머 자라던 잎 넓은 키 큰 토란들을 볼 때 마다 무언가 향수에 젖는 느낌이 들었었다.

“올 봄에는 집 앞에 토란을 심고/ 토란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기다리자/ 토란대 하나 뚝 떼어 토란잎 우산 만들어 쓰고/ 빗속을 달려오는 우체부 아저씨 빨간 오토바이를 기다리자….”

작가 이안의 동시다. 그러고 보면, 토란에는 어릴 적 추억, 향수 같은 것이 묻어 있다. 비오는 날 우산을 닮은 토란대를 뚝 떼어 토란잎 우산 만들어 써 본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보았을 듯하다. 그래서일까. 이웃집 토란을 떠올리며 불현 듯 토란을 심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토란 세 뿌리를 샀다. 그리고 뒤안에 토란을 심고 물을 주었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와 마주할지 궁금했다. 여름이 되었다. 토란은 우리가 상상했던 모습대로 자라 주었다. 단단하고 힘 찬 토란대 위에 장방형의 길고 넓은 잎을 널어 뜨리며 보란 듯이 자랐다. 이웃집 토란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안해와 함께 토란을 캤다. 먼저, 안해가 칼로 토란대 밑둥을 잘랐다. 크고 긴 토란대가 싹둑 잘려나갔다. 그 순간 작은 텃밭을 온통 차지했던 토란잎들이 허공에서 속절없이 사라졌다. 이내 삽을 들었다. 이제 뿌리를 캐는 것은 내 몫이었다.

“서른 개는 넘겠어요. 세 개 심었을 뿐인데… 큰 농사했네요~.”

안해는 신기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토란 뿌리를 잘 보관해두었다가 내년에 다시 심자고 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양을 다 심을 만큼 우리집 텃밭은 결코 넓지 않다. 내년에도 이 정도면 충분할 듯 하다.

토란대와 뿌리를 모아 가지런히 바구니에 담았다. 그 토란들을 보면서 문득, 어린 시절 어머니가 직접 요리한 토란대국이 생각이 났다. 토란대를 우려내어 국으로 끓어먹거나 간혹 된장국에 말린 토란대를 넣어 먹었던 기억이다. 그 중에 특히, 들깨를 넣어 만든 토란대국이 입맛에 더 맞았던 것 같았다. 안해는 토란뿌리를 씼고 토란대를 작게 잘라 냉장고에 넣어 보관했다. 그것을 보고, 조만간 토란대국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이 성큼 왔다. 청사 앞 나뭇잎들이 단풍으로 제법 붉게 물들었다. 요즘 출퇴근을 하면서 올해 가을 단풍은 여느 해 못지않게 아름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차다. 이럴 때는 따뜻한 국물이 있는 제철 음식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오늘 저녁 안해에게 들깨를 넣은 토란대국을 부탁해볼까. 퇴근하기 전, 휴대폰을 들었다. 안해의 또 다른 이름 ‘우리복덩이’를 가만히 눌렀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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