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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초보은(結草報恩)

2020년 08월 12일(수) 10:16 [(주)문경사랑]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주)문경사랑

 

풀을 이어 맺어서 은혜에 보답한다는 뜻의 ‘결초보은’이란 말은 널리 알려진 사자성어이다. 중국의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이나 ≪동국열국지(東國列國志)≫등에 나와 있는 이 숙어의 고사는 다음과 같다.

춘추시대에 위주(魏犨)라는 용사가 있었는데, 그는 오패(五霸)의 한 사람인 진문공(晋文公)의 부하장군이었다. 위주는 위과(魏顆)와 위기(魏錡)라는 두 아들을 두고 있었는바, 모두 훌륭한 장수였다.

위주는 평소에 자기가 죽으면 자기의 애첩(愛妾)인 조희(祖姬)를 양반집의 좋은 사람에게 시집보내주라고 두 아들에게 당부하곤 하였다. 그러나 막상 병들어 죽을 임시에는 자기가 죽으면 애첩을 함께 묻어 순장(殉葬)을 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가 죽자 형 위과는 시집보내자 하고 아우 위기는 순장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형이 이르기를 “효자는 부모가 정신이 맑을 때 한 명령을 따르고[從治命, 종치명], 어지러울 때 한 명령은 따르지 않는 법이다[不從亂命, 부종난명].” 이에 그 아우도 승복하여 아버지의 애첩을 좋은 사람에게로 시집보냈다.

얼마 후 두 형제는 진(秦) 나라 장군 두회(杜回)와 전쟁을 하게 되었는데 크게 패하였다. 그날 밤 꿈결에 ‘청초파(靑草坡)’라는 말이 들리기에 다음 날 풀이 높이 자란 들판인 청초파로 진지를 옮겨 다시 싸움을 하게 되었다.

싸우는 중에 보니 어떤 노인이 적진 앞에서 풀을 잡아매어 적의 말들이 걸려서 넘어지게 하고 있었다. 적장 두희도 이 풀에 걸려 넘어져서 포로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위과 형제는 그 싸움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다.

그날 밤 위과의 꿈에서 낮에 본 그 노인이 나타나서 “나는 조희의 아비되는 사람이오. 내 딸을 죽이지 않고 좋은 곳으로 시집보내주어 고마운 마음으로 낮에 그렇게 하여 은혜를 갚고자 하였소. 당신의 그 같은 음덕으로 후일 당신의 자손 가운데 임금이 되는 사람이 나올 것이요.” 하는 말을 하고 사라졌다.

나는 어려서부터 풀을 맺어 은혜를 갚는다는 ‘결초보은’이란 말을 자주 들으면서 자랐다. 부모님에게서 들었고 동리 어른들로부터 들었고 학교 선생님들에게서 들었다. ‘남에게 덕을 베풀면 보답을 받는다’, ‘남에게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갚는 게 도리이다’ 라는 말들도 함께 들었다.

그런데 살아오면서 나는 이 교훈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내가 가끔 남에게 덕을 베풀었지만 그 만큼의 보답을 받지 못하였고, 또한 내가 가끔 은혜를 입었지만 그만큼 보답을 하지 못했다.

많은 경우, 내가 행한 덕과 내가 받은 은혜는 직접적인 급부(給付)와 반대급부로 이루어지지 않고 전혀 별개로 독립적으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내가 준 덕에 비해 돌아오는 보답이 없거나 적으면 섭섭하고 괘씸한 생각이 들고, 받은 은혜에 대해 제대로 보답을 못하면 미안하고 괴로웠다.

1969년에 미국 유학을 떠날 때, 유학비는 미국 국무성의 장학금으로 충당되어 걱정이 없었으나 남겨 놓은 다섯 식구의 생활비가 고민이었다. 저축한 약간의 몫돈을 친한 친구에게 맡기고 그 이자로 살아가게 하였다.

당시 그 친구는 중소기업을 하고 있어 경제적 여유가 있었고, 성실하고 선량하며 특히 나를 무척 아껴주었다. 사채 금리보다 훨씬 높은 이자돈을 일정한 날에 본인이 직접 가지고 와서 부모님께 드리고 갔다. 그리하여 2년간 우리 가족은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고 귀국 후 원금을 그대로 돌려받았다.

얼마 전 그 친구가 사업에 실패하여 시골에서 매우 곤궁하게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매우 놀라고 괴로웠다. 내 능력으로 근본적 해결은 할 수 없어서 가끔 불러내어 식사를 대접하고 헤어질 때마다 약간의 현찰을 봉투에 넣어주곤 하고 있다.

내 마음에 조금은 위안이 되지만 ‘결초보은’에 까지는 이르지 못하여 늘 허전하고 미안스런 마음을 갖고 있는 중이다.

‘80세에 저승사자가 나를 찾아오거던 입은 은혜 남아있어 못간다고 전해라.’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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