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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춘(探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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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2월 26일(금) 17:05 [(주)문경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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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 (주)문경사랑 | | 입춘이 지난 휴일 무렵이었다. 마당에 있던 안해가 깜짝 놀란 듯 말했다.
“어머, 튤립 촉이 올라왔어요!”
놀란 듯 말하는 안해 뒤에 서서 화단을 내려다보았다. 눈 위의 참새 발자국처럼 듬성듬성 작은 튤립 촉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랬다. 땅속은 봄이었다. 튤립은 이미 뿌리를 내려 영양분을 섭취하면서 스스로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현승 시인은 “가을”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봄을 노래했다.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 가을은 /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봄은 눈에 보여야 봄이 아닌 것이, 이미 가까운 땅속에서 따뜻한 숨결을 일며 생명의 활갯짓을 시작하고 있었다.
설 연휴가 지나 우수(雨水)였다. 우수가 지나고 날씨가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휴일에 다시 튤립을 보았다. 튤립은 지난 가을 심은 대로 쏙쏙 올라오고 있었다. 지난 번 보다 더 자랐다. 분명 얼마 뒤에는 노랗고 빨간 꽃을 화려하게 피울 것이다.
마당을 둘러보았다. 아직 황량한 겨울의 모습 그대로의 풍경이었다. 그러나 시인의 노래처럼, 봄의 조짐은 저 황량한 겨울의 풍경 속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담장 밑에서는 상사화 싹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상사화는 줄기가 진 뒤에 꽃이 피어 둘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따뜻한 양지바른 곳에서는 메발톱 싹도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텃밭에는 삼동추가 초록 기운을 띄고 올라오는 듯 보였다.
며칠 전 뒷마당의 산수유 가지를 꺾어 거실 화병에 꽂아 두었다. 그래서 거실에는 노란 꽃을 피운 산수유가 봄의 전령사가 되어 화사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그때, 먼 하늘가에서 바람이 불어 마당 한가운데를 지나갔다. 아직 겨울의 찬 기운이 남아있는 듯 했지만 춥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훈훈한 기운이 느껴졌다.
문득, 한시(漢詩) 구절이 떠올랐다.
“終日尋春不見春(종일심춘불견춘) 하루 종일 봄을 찾았지만 어디에도 봄은 없네
芒鞋踏破嶺頭雲(망혜답파령두운) 짚신 신고 산 너머 구름 속을 헤매었네
歸來笑撚梅花臭(귀래소연매화취) 문득, 매화향기에 웃으며 돌아보니
春在枝頭已十分(춘재지두이십분) 이미 봄은 매화나무가지 끝에 가득 와있네.”
작자 미상으로 전해지는 “탐춘(探春)”, 즉 “봄을 찾아서”라는 시라고 한다.
시인은 봄을 찾아 하루 종일 짚신 신고 헤매었지만 봄을 찾지 못하였다. 그런데,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매화향기가 묻어 있었다. 그때, 고개를 돌아보니 매화꽃이 핀 것을 보았다. 시인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봄이 거기에 있었다.
먼 하늘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에 혹시나 해서 시인처럼, 고개를 돌려보았다. 홍매화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어느새 매화가지에 빨간 망울들이 가득 맺혀있었다. 가까이 다가갔다. 그때 활짝 핀 매화꽃이 눈에 들어왔다.
“한 송이, 두 송이, 세 송이….”
마치 팝콘 터지듯 꽃이 피고 있었다. 그래, 봄은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가까운 땅속에서만 숨결이 일고 있은 것은 아니었다. 머나먼 하늘에서 따뜻한 물결이 이는 것 같이 봄바람을 타고 밀려오는 중이었다. 봄,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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