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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마와 백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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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3월 31일(화) 15:54 [(주)문경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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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김정호
신한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호서남총동창회 회장 | ⓒ (주)문경사랑 | |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만사란 만 가지 일, 다시 말해 모든 일을 뜻하니 좋은 인재를 선발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순리대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인사가 잘못 되면 조직이 그릇되는 망사(亡事)가 될 수도 있다.
기원전 7세기, 중국의 춘추시대에 말을 감정하는 사람을 부르는 상마가(相馬家) 중에 손양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 안목이 특출 나 그가 고르는 말은 백이면 백 모두 명마였다고 해 지금도 본명인 손양보다는 백락(伯樂)으로 더 많이 불린다.
하루는 초나라 왕이 백락에게 좋은 말을 구해오라고 명을 내렸다. 백락이 길을 나서던 중 비쩍 마르고 볼품없이 생긴 말이 소금마차를 끌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백락은 그 말이 천리마의 자질을 갖추고 있음을 직감했다.
백락이 측은지심에 자신의 베옷을 벗어 말의 잔등을 덮어주자 말은 자신을 알아주는 데 감격해 길고 우렁차게 울었다고 한다. 소금장수에게서 말을 사 온 백락은 이후 가장 좋은 먹이와 편안한 마구간을 내주며 정성껏 보살펴 위풍당당한 명마의 모습으로 변화시킨 뒤 왕에게 바쳤다.
이에 초나라 왕이 바로 말 위에 올라타 채찍을 한 번 휘두르니 말은 그 길로 천리를 질주했다고 한다. 천리마라는 단어가 생겨난 일화다.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하루는 좋은 말을 가지고 있다는 사람이 백락을 찾아와 간곡히 부탁했다. “이 준마를 팔려고 장에 내어 놓아도 사흘 동안 아무도 사려는 자가 없으니 한번 감정을 해 주십시오.” 백락은 장으로 가서 말 주위를 천천히 돌아 본 후 아주 감탄 한 듯 바라보다 미련이 남는 얼굴로 돌아 섰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이 그 말을 사려고 서로 다투어 말 값이 졸지에 10배나 뛰었다고 한다. 여기서 나온 고사성어가 '백락상마(伯樂相馬)'다. 있는 그대로 풀면 '백락이 말을 관찰하다'라는 것이고, 속뜻은 '인재를 잘 고르다'는 의미다. 백락을 만나지 못 한다면 천리마도 없다. 우수한 인재도 발탁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지난 3월 13일 1세대 서강학파의 한분으로 박정희 시대 개발경제를 이끌던 이승윤 전 부총리겸 경제기획원 장관이 별세 했다는 소식이 신문에 보도되었다. 고인은 1970~80년대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끈 대표적 인물로 지금은 다 고인이 된 남덕우 전 총리, 김만제 전 부총리와 함께 ‘서강학파 트로이카’로 불렸다.
이들은 서강대 교수로 재직 중 교수는 실무경험이 없다는 시선에도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독재자 전두환을 정치적으로 비호 할 생각은 없으나 5공시대가 물가 안정과 경제성장기를 함께 가져온 최고의 경제 호황기였음을 경제학자들도 동의한다. 여기에는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였던 김재익 경제 수석의 역할이 컸다. IMF를 극복한 김대중 대통령에게는 이규성, 이헌재라는 경제 관료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한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큰 역할을 했다.
2022년 5월 10일까지 약 2년의 임기가 남아 있는 문재인 정부에 예스맨은 보여도 소신 있게 일하는 경제 관료가 보이지 않는다. 골골대던 경제 상황에 코로나 19가 덮쳤다. 팬더믹 현상에 세계경제가 죽을 쓰고 있는데 우리 경제 역시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정가에서 인재를 찾느라 소동이 벌어졌다. 천리마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저마다 자천타천으로 총선에 나오려고 한 바탕 소동이 지나갔다. 과연 누가 적임자를 뽑을 것인가.
유능한 인재들을 뽑아 국회에서부터 난국을 타개하고, 정부 인사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후보들을 뽑아야 한다. 이제 그 권한은 유권자인 국민들의 몫이다. 백락의 안목을 가진 국민들이 많기를 기대해 본다. 이제 국민들이 리더가 되어 백락상마의 고사를 현실에서 만들어야 한다. 이 난국에 그래도 믿을 건 국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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