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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없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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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0일(수) 09:19 [(주)문경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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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 (주)문경사랑 | | 옛날부터 인간 사회에는 부채, 즉 빚이라는 현상이 있었다. 사람이 살다보면 서로 돈을 빌려 쓰기도 하고 갚기도 한다. 부채는 남에게 갚아야 할 돈을 일컫는데, 그 자체로서는 결코 나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오히려 경제활동에서 필요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부채를 갚지 못했을 때 일어난다.
영국의 대문호인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가 쓴 ≪베니스의 상인(The Merchant of Venice)≫은 부채에 얽힌 비극적 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안토니어라는 한 상인이 유태인 고리대금업자인 샤일록(Shylock)에게 친구 대신에 돈을 빌린다. 만일 이 돈을 기한 안에 갚지 못하면 안토니어의 인육(人肉) 한 파운드를 베어주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었다. 불행하게도 상환기간을 지키지 못한 안토니어는 법정에서 인육 한 파운드를 베어내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죽음 직전에 재판관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최종 판결이 내렸다.
“원고 샤일록은 피고인의 살 일 파운드를 베도록 하라. 단, 베어낸 인육은 계약된 대로 한 파운드 보다 많아도 안 되고 적어도 안 되며 피가 한 방울이라도 나오면 안 된다. 만일 이를 어기면 원고는 살인죄를 범하여 사형을 면하지 못하게 된다. 원고는 집행하라.”
우리 옛 속담에 ‘빚 보증하는 자식은 낳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남의 보증을 섰다가 그 보증에 책임을 지고 엄청난 금전적 부담을 감수해야 할 경우에 처한 사람을 우리는 많이 본다. 전답이 날라가고 주택을 빼앗겨서 가산이 탕진하는 사태에 이르기도 한다.
더 심한 경우는 채무자 스스로 자살하거나 채권자를 타살시키는 최악의 비극을 가져오기도 한다. 빚을 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그 빚의 상환에 있다.
빚을 지면 반드시 갚아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상환 가능성의 범위 안에서 빚을 얻어 써야 한다.
또한 우리 격언에 ‘친한 사이일수록 돈거래를 하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거래를 하다보면 약속을 어길 수도 있고 약속을 어기면 서로 다툴 수도 있으며 다투면 서로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친함을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서로 돈 거래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격언은 현실적으로 큰 모순을 갖고 있다. 누구나 돈이 필요하면 친인척이나 가까운 친구를 먼저 생각하며, 친소와 능력을 고려하여 접근하게 되는 게 일반적이다. 친하지 않는 사이에 누가 돈을 빌려줄 것인가?
문제의 관건은 돈을 빌려간 사람의 상환의지와 노력에 있다. 돈 거래에 관한 약속만 잘 지킨다면 친한 사이일수록 돈 거래는 자연스럽고도 활발해지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그럴수록 더 친해지고 신뢰는 더 높아지게 될 것이다.
나의 경우 지금까지 여러 번에 걸친 부채를 가져보았다. 주로 새로 집을 살 때 모자라는 만큼의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빌린 부채들이었다. 은행과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차용한 이들 부채는 모두 약속한 기한 안에 깨끗이 상환하였다. 그리하여 현재는 남에게 한 푼의 부채도 남아있지 않아 돈 문제에 관한 한 매우 홀가분하고 시원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현찰이 아닌 인간관계에서 신세진 일들은 아직 많아 남아 있어 이를 청산해야 할 마음의 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 이제 남은 여생에서는 이러한 정신적 및 비물질적 부채 까지도 깨끗이 갚아야 할 것 같다.
남에게 은혜를 베풀지는 못하더라도 빚을 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평생 생활신조였다. 그리하여 이 세상을 하직할 때에는 아무런 부채도 남기지 않은 채, 후손들에게 어떠한 부담도 남겨주지 않은 채 깨끗한 자취를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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