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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정원일기와 황당한 진맥

2013년 05월 10일 [주간문경]

 

 

↑↑ 엄용대
엄용대 한의원 원장
한의학 박사
한의사 인정의 취득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
<054-553-3337>

ⓒ (주)문경사랑

 

요즈음 MBC에서 방영되는 ‘허준’이라는 한방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속성상 재미를 위하여 허구에 픽션(사실)이 가미되어 있는데 지금까지 많이 회자되는 예를 한 가지 들려 드리겠습니다.

“옛날 명의(名醫)는 환자의 손목(寸部)에 실을 묶은 뒤 방문 밖에서 실을 잡아 진맥하여 병을 알아내기도 했다”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필자도 학창시절에 이 이야기를 듣고 과연 그럴 수 있는지 손목에 실을 묶어 시험해 봤으나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이를 단지 실력 부족으로만 생각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와 똑같은 이야기가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에 다음과 같이 전해오고 있습니다.

‘의관 이지술은 활인서(活人署)의 별제(別提), 참봉(參奉)등의 벼슬을 지냈는데, 효종(孝宗)의 진맥을 볼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아 4차례나 말(馬)을 하사받기도 하였으며, 1653년에는 이섬(李暹), 양제신(梁濟臣)과 더불어 가장 실력이 뛰어난 의원으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이지술은 성품이 나쁘고 허무맹랑한 소리를 잘 하는 단점이 있었다.

한 가지 예로 1660년에는 숙휘공주(淑徽公主)의 남편인 인평위(寅平尉)가 병이 오랫동안 낫지 않자 이지술이 귀신들린 병이라 진단하고 그 집을 파헤쳐 흉하고 더러운 물건들을 많이 찾아내기도 하였다’ 라고 전합니다.

1676년 숙종은 이지술의 허황(虛荒)한 성품을 잘 알고 있었지만, 성실한 면도 있으므로 그에게 원님의 벼슬을 주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권대운(權大運)은 “그가 고을 수령을 하면 사람들이 헐벗고 굶주릴 것입니다”라면서 반대를 하였고, 정창도(丁昌燾)도 “이지술은 사람 손목에 실을 묶어 창밖으로 그 실을 내어 진맥하여도 병정(病情)을 알 수 있다고 말하는데, 처음부터 목인(木人)의 손목에다 실을 묶어놓고 진맥하라고 하여도 이지술은 그 사실은 알지 못하고 병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 할 것입니다. 이렇게 괴상망측하고 허무맹랑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라고 반대 하였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숙종은 이지술을 즉시 파면했다고 합니다.

이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손목에 실을 묶어서 진찰했다는 전설적인 명의(名醫)의 진맥(診脈)은 사실 이지술의 거짓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또한, 땅 속의 더러운 물건은 여종 예금(禮今)이 주술(呪術) 때문에 묻은 것인데, 이지술이 우연히 찾아낸 것도 이상하지만 이것이 귀신이 발병 원인이라는 것 역시 무당의 입에서나 나올 허무맹랑한 진단입니다.

아무튼 이지술의 거짓말은 340년이 넘도록 일반인에게까지 회자(膾炙)되면서 진맥의 전설(傳說)이 되었으며 사극(史劇)의 단골소재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만병회춘(萬病回春)’에서도 “헛된 것을 믿지 말라”라 하여 합리적인 치료만 받으라고 하지 않았던가?

과거 한의사 일부에서는 사주(四柱), 역(易)을 통해 모든 질병의 미래까지 알 수 있다거나, 수련(修練)으로 투시(透視)나 기(氣)의 컨트롤이 가능하다거나, 또 심지어는 귀신이 병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수많은 민간요법들이 항상 난무(亂舞)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들은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편적인 것은 아니므로 전체 한의학을 대표한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며, 사람들을 현혹(眩惑)하여 일시적인 명예를 얻을 수는 있어도 결국 나중에는 전체에게 독(毒)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기초 학문에 충실하면서 합리적이고 보편타당한 진단과 치료법을 가진 한의사가 많이 배출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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