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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암 가는 길

2010년 03월 25일 [(주)문경사랑]

 

정창식

아름다운 선물101
점촌1동산악회
대구지검 상주지청

ⓒ (주)문경사랑

저기 길이 보인다. 그리고 눈을 들면 산이 보인다. 산 너머에는 또 산이다. 그 너머에도 산이다. 그 산 아래에 새악시 고운 눈썹 같은 윤필암이 있다.

윤필암. 단아한 듯 기도처럼 서 있는 곳. 사불전이 사불바위를 향해 기도하는 곳. 이 산에서 제일 화사하게 꽃들이 웃고, 고운 꽃 같은 비구니 스님들이 산객들에게 진달래, 생강나무잎, 원추리, 곤달비, 솔잎, 매화꽃으로 기꺼이 음식 공양을 하는, 그래서 부처님도 웃음으로 화답하는 언제나 마음이 머무는 곳.

그래서 가고 싶은 윤필암 가는 길.

봄날, 마음 밖의 일로 심산하여 어디 잠시라도 머무르고 싶어 훌쩍 나선 윤필암 가는 길. 절 아래 주차장 입구에서 호젓이 오르면 길 옆 하늘로 솟은 소나무의 절개, 여기저기 고개 든 꿀꽃과 복수초꽃을 쳐다보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물 흐르는 계곡소리. 저기 묘적암으로 가는 길 너머엔 세월의 깊이만큼 아름드리 큰 전나무들의 적멸. 절 앞 연못가에 가득 핀 매발톱, 금낭화의 꽃무리. 정말 예쁘다. 그래서 반갑다. 꽃잎에 반사된 봄빛이 눈부셔 눈물이 핑 돈다.

가을, 잠시 들른 묘적암 길 가엔 키 큰 전나무가 향을 내고, 오색으로 치장한 나무 나한들이 오랜 세월 동안 참선하고 계신 마애여래를 보필하는 윤필암 가는 길.

눈을 들어, 마애여래 부처님이 머리에 꽂으신 꽃대에 낯설어 얼굴 붉히면 온 산이 함께 붉어지고, 길 옆 작은 오솔길을 추억처럼 밟고 올라서면, 설핏 보이는 시집 온 새댁의 치마 속 고쟁이 같은 윤필암 사불전 뒤태. 얼른 눈 돌리면, 사방 천지가 붉다. 천지 빛깔이 정말 곱다.

겨울, 눈 내리는 대승사 앞 찻집에 들러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고 잠시 걸어보는 눈길, 절 대웅전 옆 주지스님 차실 뒤쪽으로 들어선 윤필암 가는 길.

달빛도 잠들고 눈빛만 밤을 밝히는 어느 옛날, 큰 절 선방 젊은 비구 스님이 아직 설익은 수행에 춘정을 못 이겨 윤필암 눈 맑은 비구니 스님 생각으로 발길을 어지럽혔을지 모를 길.
아니, 큰 절 공양간에 몇 번 들른 비구니 스님을 행여나 먼발치에서 보기 위해 쌓이는 눈을 등불 삼아 바삐 걸었을지도 모를 윤필암 가는 길.

그러나 세월의 풍파에 검은 이끼 덮고 눈빛 받아 교교히 서 있는 부도 하나를 보고 말없이 돌아섰을 이 길.

우부도(牛浮屠), 큰 절인 대승사 개찰 무렵, 어디서 소 한 마리가 나타나 불사에 필요한 무거운 짐들을 절이 완공될 때까지 실어 나른 뒤, 여기에서 죽어 후세에 사람들이 그 공덕을 기리기 위해 부도를 세웠는데 이를 우부도라 부르고, 지금도 비 오는 날이면 부도 주위에서 빛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큰 절 선방을 향해 서슬 푸른 마음으로 돌아선 젊은 선승의 발자국 위로 밤새, 아니 세세천년 눈이 내렸을 윤필암 가는 길…….

오랜 그 옛날 불국토를 꿈꾸고, 부처가 되기를 갈망했을 수많은 수행자들의 발자국이 골골이 찍혀 있는 사불산. 그리고 여기 이 길에 깃들었을지도 모를 사연 하나를 상상하며 다시 산길을 걷는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눈을 들어 본다. 멀리 산이 보인다.
그리고 산 너머에는 또 산이다.

그 너머에도 산이다.
이 길 고개 너머 산 아래에는 새악시 고운 눈썹 같은 윤필암이 있다.

편집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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