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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연후(歲寒然後)

2020년 12월 18일 [(주)문경사랑]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월영대(月影臺)는 비어있었다. 겨울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대야산의 밀재와 피마골을 오고갔지만, 가까이에 있는 월영대는 찾지 않았다. 겨울의 스산함이 월영대에서는 유독했다. 너른 반석은 겨울 정오의 햇빛에도 잿빛처럼 어두웠고, 살얼음 사이로 흐르는 물은 냉기가 느껴졌다.

바람은 늘 계곡을 따라 불어오는데, 한여름 사람들을 모이게 했던 그 선한 바람은 더 이상 월영대에는 없었다. 겨울바람에 쫓기듯 급히 월영대를 떠났지만, 잠시 월영대에서 바라본 대야산은 여전히 맑은 하늘과 함께 푸르렀다.

휴일 아침 지인들과 대야산 월영대로 향했다. 가은읍 완장마을의 선유구곡과 대야산 월영대에 이르는 이른 바, “선유동천(仙遊洞天) 나들길”을 걷기 위해서였다. 대야산과 둔덕산에서 흘러내리는 차고 맑은 물들이 크고 넓은 바위들과 어우러져 자연의 오묘한 경치를 만들어낸 선유구곡(仙遊九曲)은 그 이름처럼 세속을 벗어나 있었다.

선유구곡 중 일곡(一曲)은 옥하대(玉霞臺)인데, 바로 이어지는 이곡(二曲) 영사석(靈槎石)은 마치 옆에서 보면 물위에 떠있는 뗏목처럼 보인다는 너른 바위이다. 신선이라면 이 바위를 타고 노를 저어 위로 올라갔을 것이다.

그러나, 별장과 펜션으로 보이는 낯선 건물들이 계곡과 바로 붙어 있어 이곳이 잠시 선유동천임을 잊게 한다. 이런 이유로 3곡(三曲) 활청대(活淸臺)에서는 머뭇하다가, 4곡(四曲) 세심대(洗心臺)와 5곡(五曲) 관람담(觀爁潭)에서 비로소 마음을 내려놓고 고단한 몸을 쉴 만 했다.

아래로 흘러가기만 하던 물들이 바위에 부딪히며 적당한 크기의 소(沼)를 만들어놓았다. 6곡(六曲) 탁청대(濯淸臺)에서 비로소 신발을 벗어 발을 담글 수 있는 여유로움이 생기는 것이다. 겨울 산의 차가운 아침 기운이 아직 남았는지 물은 차가웠다.

봄꽃이 만개한 즈음의 7곡 영귀암(詠歸巖)에는 늘 수달래꽃이 핀다. 어느 신선이 여기에 앉아 수달래꽃을 보면서 온종일 시를 읊고 돌아갔을 듯했다. 바위에는 영귀암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그렇다면 어디 가까운 곳에 분명 신선이 있을 수도 있겠다.

8곡(八曲) 난생뢰(鸞笙瀨)에 이르면 신선이 부는 생황(笙篁)이 들려옴직도 한데, 구곡의 극처인 옥석대(玉舃臺)에는 방금 신선들이 떠난 듯 넓고 반듯한 흰색의 바위가 온기가 있는 듯 느껴졌다.

구곡을 벗어났으나 여전히 길은 이어졌다. 그 길은 계곡과 이어지면서 용추(龍湫)라는 큰 소(沼)와 만나게 한다. 그곳에서 겨울을 보았다. 아직, 얼음은 얼지 않았지만, 용추 속의 물은 얼음이 언 듯 시려보였다. 하지만 겨울 속에서도 모든 풍경이 겨울인 것은 아니었다.

소나무는 아직 시들지 않아 푸르고 하늘은 시려보였지만 지난 가을처럼 맑았다. 선유구곡도, 월영대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대야산이 그랬다. 겨울 속에서도 푸르름을 잊지 않는 창창(蒼蒼)한 소나무의 절개로 우리들은 겨울 산에서도 봄과 여름 같은 푸른 마음을 지닐 수 있는 것이다.

문득,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가 생각났다. 늘 추운 겨울이었던 유배생활에서 추사에게 위로가 된 것은 제주도의 푸른 소나무였다. 그는 세한도의 발문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

“추운 계절이 오기 전에도 소나무 잣나무요, 추위가 닥친 후에도 여전히 같은 소나무 잣나무다.”

추사는 송백(松柏)의 변하지 않는 모습에서 자신의 굴곡진 삶의 의지처를 발견했는지 모르겠다. 그런 희망과 절개의 상징인 세한도는 영광과 굴곡으로 거듭된 이력 속에서도 온전한 모습으로 보전되었다.

얼마 전, 소장자인 손창근 선생은 세한도를 무상으로 국가에 기증하였다. 훌륭한 그의 정신으로 우리는 문화국민으로서의 자존감을 더욱 고양할 수 있게 되었다.

대야산 월영대 아니, “선유동천 나들길”을 마무리하면서 이 겨울(歲寒然後)에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르름이 얼마나 값진 것임을 알았다(知松柏之後彫也).

세한연휴(歲寒然後)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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