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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흘산

2020년 11월 06일 [(주)문경사랑]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내가 도미니꼬 형제에게 기증할테니 잘 사용하세요.”

평소 존경하고 있는 성당의 어느 교우분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우리 지역 화가가 그린 풍경화 한 점이 그의 손에 있었다. 유화로 그린듯한 작은 캔버스에는 산색과 들색이 단풍으로 붉게 물들여 있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너른 들녘과 산 밑을 흐르는 작은 강줄기가 가을날 고즈넉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크지 않은 작은 규격이었다.

전날이었다. 성당의 몇몇 교우들과 주흘산 산행을 하였다. 주흘산 입구부터 주위의 나무들은 단풍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침의 상쾌함이 가슴을 타고 몸으로 스며들었다. 지난주에는 이곳에 있는 휴게소까지 왔다가 차를 마시고 돌아갔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여기서부터 산행을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발길을 위로 향했다. 숨이 조금씩 가빠지기 시작했다.

여궁폭포 위 소나무 몇 그루가 서 있는 곳에서 숨을 돌렸다. 가까이 산능선을 따라 단풍이 마지막인 듯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간식을 먹고 다시 올라갔다. 혜국사가 바라보는 계곡에서 교우들과 사진을 찍고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중턱쯤 되었을까. 단풍은 이즈음에서 지고 있는 중이었다. 지난주만 했어도 가장 화려하게 울긋불긋 피었을 단풍잎들이 말라가고 있었다.

주흘산은 가을과 겨울의 경계에서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지만, 우리들은 여전히 가을에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가을에 머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대궐터에 다다랐다. 여기는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하기 위해 이곳에서 잠시 머물렀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임금이 사는 곳을 대궐(大闕)이라고 했으니 이곳 어느 쯤에는 대궐이 있었던 터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살펴보아도 그만한 공간은 보이지 않는다. 주흘산은 공민왕과 관련된 설화와 전설이 적지 않다. 주흘산(主屹山)의 이름도 주인 주(主)에 산이 우뚝 솟을 흘(屹)로 나라 임금의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저는 기회가 되면 우리 지역 문화인들의 작품들을 한 곳에 모아서 알리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대궐터 약수터에서 성당의 사목회장을 지낸 어느 교우 분에게 품어왔던 생각들을 이야기하였다. 그동안 지역 신문에 지역문화와 관련된 글을 써오면서 느끼는 소회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지역 또는 지역 출신의 몇몇 문화 예술인들과 만남을 가지면서 우리 문경의 좋은 자산들을 알려야 한다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다. 고택과 사찰, 탑 그리고 자연경관들도 단순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빼어난 면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한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문화예술인들의 작품과 알려야 할 것들을 모아서 지역민들에게 보여주는 그런 자리를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이다.

경남 통영에는 인물이 많다. 소설가 박경리, 음악가 윤이상, 시조시인 김상옥, 시인 유치환 등 이름만 들어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인들이다. 그래서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자란 지역의 후배들이 통영의 문화예술과 정치 사회의 발전을 이루고 있다.

우리 문경도 마찬가지다. 자라나는 세대들이 일찍이 문경의 유산과 가치를 알게 된다면 성장과정에서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이 분명하다.

그때였다. 조용히 내 말을 듣고 있던 그 분이 그림 한 점을 기증하겠다고 말씀하였다. 우연한 기회에 습득하게 된 지역화가의 그림을 좋은 일을 하는데 기증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분 좋게 웃으셨다.

“온 단풍이 불붙는 것 같네요~”

주흘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산 아래 능선들은 불타는 듯 붉은 단풍들로 덮여 있었다. 산행을 함께 한 이들이 감탄을 하며 환호했다. 주흘산의 단풍 여운이 남아서 였을까. 그림도 주흘산의 단풍을 닮아 있었다. 아직 먼 길이지만, 뜻이 있으면 기회가 올 것임을 믿을 따름이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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