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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기와 골동품

2020년 09월 11일 [(주)문경사랑]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여름 한철 내내 비가 내렸다. 이번 여름은 비 안온 날 보다 비 온 날이 더 많았다. 더구나 태풍까지 휩쓸고 지나갔으니, 정말 우기(雨期)라는 말로 이제 여름을 대체해도 이의가 없을 듯하다.

그렇게 비가 연일 내리던 8월의 어느 날, 거실의 한쪽 벽면이 눈에 들어왔다. 반대 쪽 벽면과 달리 색깔이 어두워 보였던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검은 먼지 같은 곰팡이가 번지고 있었다.

벽이 바깥의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연결되어 빗물이 고여 스며들었던 것 같다. 몇 년 전에 방수공사를 했음에도 장기적인 비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우선, 벽에 걸어 둔 액자를 걷어내었다.

지난 휴일이었다. 안해와 함께 벽면에 번진 곰팡이를 제거하기로 했다. 안해가 다용도실 깊숙한 곳에서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청소기를 꺼내었다. 보라색 둥근 몸체에 회색 손잡이가 연결된 청소기는 신혼 때 이후 처음 보았다.

자세히 보니 상표가 골드스타(Goldstar)였다. 1990년대에 TV 광고에 나온 제품이었는데 지금은 없어진 브랜드다. 전원을 켜고 작동 버튼을 눌렀다. 반응이 없었다. 몇 번을 반복했으나 마찬가지였다. 삼십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청소기의 작동을 멈추게 한 것 같았다. 청소기는 골동(骨董), 즉 오래된 물건이 된 것이다.

골동과 골동품(骨董品)은 일반적으로 다른 듯하다. 둘 다 오래 묵은 것을 전제로 하지만 예술적 가치가 높아 수집이나 감상의 대상이 되는 물품을 칭하는 것은 골동품이라고 부른다.

얼마 전 가족들이 모였었는데, 그때 집에 있는 오랜 물건 하나를 보여 주었다. 통성냥 다섯 개가 들어있는 곽에 넣은 성냥이었다. 노란 바탕색에 장구를 치는 여자가 그려져 있는 성냥통으로 단아한 글씨로 ‘아리랑’이라고 적혀져 있었다.

1970년대 후반에 만든 성냥통이었다. 보관 상태도 양호하였다. 모두들 그 성냥통을 보고 감회에 젖는 듯했다. 결혼 후 처음으로 제사에 참석한 큰 아들 내외는 신기해했다. 아마도 7, 80년대를 살아온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사용해 보았을 성냥통이다. 그 시절에는 이사하는 집들이 선물로 제격이었다. 그래서 집집마다 안방 장롱 위에는 성냥곽들이 겹겹으로 쌓여 있었다.

그때 사용하다가 남았던 것일까. 저 성냥통은 처갓집 다락에 있던 것이다. 그 성냥통을 처음 보았을 때, 정말 오래된 골동(骨董)을 대하는 느낌이었다. 감회가 새로웠던 것이다. 그 가운데 한 통은 개봉하여 향을 피우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사실, 처갓집에서 발견한 오래된 물건은 성냥통만이 아니다. 처갓집 거실에는 철제장롱이 한동안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은 장모님이 시집올 때 장만한 혼수품인데 언젠가부터 거실에 나와 붙박이 진열장 앞을 가리고 있었다.

어느 날, 철제장롱에 가려진 진열장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안쪽에 무언가 있었다. 손을 넣어 꺼내어 보니 도자기였다. 도자기 아랫부분에 문경읍의 A도예가의 낙관이 있었다.

“옛날에 문경읍에 살았을 때 가끔 구경 갔었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비싼 돈 주고 사지 않았어. 이사할 때마다 깨지고 버려서 지금은 없어진 걸로 알았는데….”

그랬다. 그 도자기는 오랜 세월의 때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말 그대로 골동품이었다. 골동품의 사전적 의미는 ‘오래되고 예술적 가치도 높아 수집이나 감상의 대상이 되는 물품’이다. 그렇다면, 저 도자기는 골동품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골동품은 수집이나 감상의 대상이 될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단순히 추억의 대상이라면, 이는 과거의 회상을 위한 방편에 머물 뿐이다.

지금, 저 도자기는 방의 탁자 위에 놓여 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은 예술적 감상의 작품으로 말이다. 그것은 정말 온전히 장모님의 배려 덕분이다. 감사를 드린다. 그런데, 어쩌나! 처갓집 안방에 있는 오래된 물건 하나가 눈에 또 어른거리는 것을…. 어찌하였던 거실에 나온 저 오래된 청소기는 어서 정리를 해야겠다.

비 지난 뒤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선선하다. 가을이 왔다.


010-956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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