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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2020년 09월 01일 [(주)문경사랑]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여기서 가족사진을 찍어요.”

푸른 하늘이 하얀 구름을 안고 있는 청명한 날,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할아버지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이곳까지 왔던 초등학생 손자에서부터 의젓한 공무원이 된 손자까지 모두 모였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빈소를 지킨 장모님은 마지막까지도 함께 하였다. 장례식장에 온 손님들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맞이했던 처남은 끝까지 상주(喪主)로서 의연한 모습을 지켰다.

장인은 여든셋을 일기(一期)로 우리 곁을 떠났다. 비록 작은 체구였지만 품은 뜻과 생각은 결코 작지 않았다. 시골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좀 더 큰 세상을 보려고 노력하였다. 사람들 앞에 나서려 하기보다 함께 가려고 했다. 때로는 강직하였고, 때로는 봄바람 같기도 하였다. 그런 마음들은 가족들에게 두드려졌다. 평생을 교직에 봉직하면서도 시작(詩作)에 몰두하였다. 그리고 만년에 두 권의 시집을 세상에 내어놓았다.

“자네 시에 대해서 아는가?”

언젠가 당신이 지은 시들을 보이며 은근히 물어보는 것이었다. 아마도 지역신문에 글을 쓰고 있는 사위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마음을 알면서도 살가운 말씀을 해드리지 못했다. 후회가 된다.

언젠가 닥칠 일이었지만 황망하였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으로 주위 분들의 조문을 감히 청할 수는 없었다. 가시는 길이 다소 황량스러웠겠지만, 장인과 각별했던 인연들은 직접 찾아와 슬픔을 함께 해주었다. 교육계에 함께 몸을 담았던 어떤 이는 이야기 도중에 감정을 못 이겨 눈물을 흘렸다.

“얼굴이나 함 보자. 오랫동안 못 봤다.”

각별한 친구사이였던 J원장은 마치 살았을 때처럼 장인의 영정사진을 대해 주위사람들을 울컥하게 하였다.

장인은 과묵하였다. 그렇지만, 사회와 정치, 문화 등에는 관심이 많아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셨다. 그렇지만 나 또한 말이 적은 성격이라 주로 의견을 표현하기보다 듣기만 하는 편이었다.

“나는 오십이 넘어서야 처가 장모에게 처음으로 농담을 했네….”

처가에 오면 불편해 하는 사위에게 건네는 위안의 말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왠지 그 말에서 인간적인 정이 느껴졌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까. 조금 더 장인을 편하게 대할 수 있었던 듯하다.

장인의 육신이 우리의 손길을 떠나려 했다. 떠나기 전, 무언가 비워져 있는 듯하고 또는 남아있는 듯 했다. 여전히 허전한 마음이었다. 그때였다. 장인의 집안 조카되는 이가 몸을 바로하고 소리를 가다듬으며 고인에 대한 약력을 고(告)하였다.

“경주노씨 월계공파 17세손 노○○은 평생을 교직에 몸담으면서…… 이제 떠나려 합니다……”

그래, 이것이었다. 비록 우리가 슬픔을 나누었다지만 이렇듯 고인의 행장을 알리고 직접 위로하지는 않았었다. 그이의 말은 우리가 듣고 있지만 어쩌면 고인에게 들려드리는 조사이며 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당신이 열심히, 훌륭히 살아 왔었음을 확인시키는 일이다.
그제서야 기꺼이 고인에게 마지막 절을 해 드릴 수 있었다.

“… 마스크를 벗고 다시 찍어요.”

장인은 일상에 바빠 모일 수 없었던 가족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였다. 그 뜻을 헤아리기라도 하듯 우리들은 가족사진을 찍기로 하였다. 하늘을 쳐다보았다. 청명한 하늘에 구름이 걸려 있었다. 우리 곁에 머물고 싶어 하는 고인의 마음이 잠시 쉬어 있는 것일까. 구름은 우리가 떠날 때 까지 한동안 머물러 있었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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