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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상달

2019년 10월 11일 [(주)문경사랑]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한적한 늦은 오후, 국군체육부대 방향으로 바라본 들녘은 황금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반듯하게 정리된 논들이 넓게 펼쳐진 들녘은 아늑하면서 풍요로워 보였다.

태풍 등 재난에도 자연의 법칙이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예정대로 진행되는 모습에 감탄하였다. 그것은 단순한 기쁨이 아닌 어떤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종교적 경외감이 함께하는 감사함이었다.

가로수들도 저마다의 단장을 위해 조금씩 색깔이 바뀌고 있었다. 영강변의 서늘한 바람이 얼굴을 스쳐갔다. 바람결에 가을 내음이 묻어 있었다. 구월이 여름을 배웅하더니 시월이 가을을 데리고 슬그머니 우리들 곁에 온 것이다.

며칠 전부터 집 뜰에는 국화가 꽃망울을 틔우는 중이었다. 텃밭 경계석 사이와 잔디 틈새에 이름 없는 꽃들도 고개를 내밀었다. 도로변 코스모스도 진작부터 한들거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시월에는 갖가지 꽃이 핀다. 그렇지만 시월을 대표하는 꽃은 누가 뭐래도 국화다.

월방산 아랫마을 잿봉서의 가을은 정겹다. 마을 어른들이 마당 넓은 집에 모여서 가을볕을 등에 지고 정겨운 이야기를 나눈다. 담 위에 감들이 주렁주렁하다. 그런데, 감들이 붉었다.

“감이 올해는 이상해. 지금은 퍼래야 곶감이 되는데, 저리 빨가면 곶감으로도 못써여….”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그래서 무엇이든지 한해 먹을 것을 거두려는 농부의 마음은 기대에 차있다. 하지만 수확물에 대한 평가는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여름 동안 붉은 꽃으로 온 나무를 치장했던 석류는 열매를 터트려 잇속을 곧 드러낼 기세다. 석류 열매의 그런 기세를 견디다 못해 집 마당 석류 몇 개를 땄다. 과연, 속에는 이미 붉은 물이 가득 배여 있었다.

텃밭에 심은 가을배추는 제법 속이 차는 중이다. 아침마다 마당에 나가 벌레를 잡아보지만 그게 쉽지 않다. 적지 않은 배추 잎들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그 구멍들을 보고 있으면 게으름과 자비심으로 포장된 소심함의 내 일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절로 씨앗이 흩뿌려져 잘 자란 들깨는 어느 새 씨앗이 여물어 다시 바람에 흩날려졌다. 그 씨앗들은 내년 봄에도 어김없이 텃밭 한쪽에서 싹을 틔울 것이다. 그리고 내년에도 우리들 식탁을 풍성하게 해 줄 것이 분명하다.

그 들깨들을 거두었다. 고추는 아직까지 식탁 위에 올려지고 있다. 조만간 고춧잎마저 거두어 질 것이다. 호박은 담장 위와 아래에서 익어가고 있다. 자신의 때가 다 왔음을 예감했는지, 부지런히 새로 열매를 맺고 있지만 오래되지 않아 거두어야 한다.

이렇듯 거둠은 곧 수확을 의미한다. 옛 사람들은 시월이 되면 자연의 법칙에 따라 진행되는 계절의 순환에 감탄하면서 기뻐하고 즐거워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기쁨이 아닌 어떤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종교적 경외감이 함께하는 감사함이었다.

그래서 시월을 상달(上月)이라고 부르면서 열두 달 가운데 으뜸이라고 하였다. 한 해의 농사를 마무리 하며 햇곡식과 햇과일을 수확하여 하늘과 조상께 감사의 예를 올린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가만히 보면, 시월은 오곡과 과일 등 농작물만을 수확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 곳곳에서 다양한 전시회와 문화 행사들이 예정되어 있다. 우리 문경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큰 행사인 문경시민체전이 곧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문경문화원에서는 이번 주 토요일부터 신상국 화백의 그림 전시회가 개최된다. 그 밖에도 가을의 풍성함을 알리는 각종 행사들이 있다. 그러고 보면, 시월은 일 년 중 가장 으뜸가는 상달임이 분명한 듯하다. 그래 시월상달(十月上月)이라 하지 않았는가.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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