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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음주 (탐구) 생활

2019년 10월 02일 [(주)문경사랑]

 

 

↑↑ 김정호
신한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호서남초 총동창회장

ⓒ (주)문경사랑

 

술을 좋아하는 가계의 유전으로 난 음주를 한지 꽤 오래 되었다.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 집안 제사 때 음복주를 한 잔 주시며 어린아이가 취한 모습에 어른들은 (아이에게 해로운) 음복주를 마시면 복이 온다고 했다. 초등학교 시절 주전자에 막걸리를 받아 오라고 흥덕 술도가에 심부름을 시키면 술을 사서 집 오는 길, 남 몰래 마시는 막걸리 맛이 괜찮았다.

술량이 줄어들었음을 눈치 챘을 나의 아버지는 당신을 닮은 아들이 하는 짓을 빙그레 웃으시며 넘어가셨다. 그래서 나이 들어서도 어릴 적 맛들인(?) 막걸리를 찾아 전국을 다니며 막걸리 투어를 하기도 했다. 단양 대강막걸리, 포천 이동막걸리, 공주 밤 막걸리, 양평 지평막걸리, 양주 불곡산막걸리, 고양 배다리막걸리, 부산 금정산막걸리, 제주 좁쌀막걸리, 안동 회곡막걸리와 고향의 만복 탁배기와 오미자 막걸리를 좋아한다.

중고등학교 시절 당시 점촌중학교 교장이셨던 나의 아버지는 교육자로 존경을 받으셨지만 술을 드시면 주사가 있으셨다. 그런데 요사이 같으면 교육자로 문제가 있다고 SNS에 떴겠지만 그 당시 술집에서 같이 드시던 어른들이 “네 아버지 술 취하셨다” 하면 달려가 아버지를 부축해 집으로 모시고 오며 챙피했지만 격동의 세월 6․25 때 큰아버지가 납북되시고 4촌 형들까지 간수하시며 납북자 집안의 연좌제를 감당하신, 세월의 무게 속에 피곤하셨을 아버지의 탈출구가 술이었음을 이제는 이해가 된다.

요사이는 윤창호법으로 강화된 음주단속에 모 자치단체 인사위원회에서 징계 건으로 올라 온, 전날의 술이 덜 깨 출근길 음주 측정에 걸려 징계와 함께 마지막 사무관 승진의 기회를 놓친 공무원을 보며 술 때문에 바뀐 인생의 안타까움을 여러 사람 지켜 본 경험이 있다.

1990년 대학의 전임이 되고 보니 그 당시는 학생들과 MT를 가면 밤 새 선생과 학생들이 어울리는 술판이었다. 그러던 90년대의 어느 봄날 속리산 법주사 숙소에서 있었던 MT에서 새벽 잠 안자고 있던 내 방을 두드리는 소리에 학생들이 와서 누가 지금 정상이 아니라하여 가보니 술을 과음하여 입에서 거품이 나오고 동공이 풀려 있었다. 119에 신고하여 산소 호흡기가 있는 충북 보은의 어느 병원에서 아이의 의식은 회복 되었지만 귀한 아들이 대학 MT에서 음주사고로 사망 했다는 뉴스가 남의 일이 아닌 상황이 되어 버린 경험으로 나의 술에 대한 탐구가 시작 되었다.

술이 깨려면 알콜 탈수소효소(ADH)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되고, 다시 간에서 아세트산으로 바뀐 뒤 이산화탄소와 물로 변해 몸속에서 빠져나간다. 한국인의 14.5% 정도가 유전적으로 알콜 분해 효소가 없다는 것이다. 그때 사고가 났던 그 학생도 나중에 부모님 얘기를 들으니 가계력이 술이 약하다는 것이다. 대학 첫 MT 때 주위에 여학생도 있는데 남자가 술도 한잔 못한다는 그 소리가 듣기 싫어 한잔씩 받아먹고 치명적인 일을 당 할 뻔 했던 것이다. 그 이후 나는 행사 때 마다 학생들에게 술이 체질적으로 분해되지 않는 친구들에게 권하지 말고 적당량을 마시라 얘기한다.

지난여름 고향 친구들과 러시아를 가서 긴장이 풀린 나머지 위스키 종류의 독한 술을 좋아하지 않지만, 독주 중 보드카만은 소주랑 맛이 비슷해 좋아하는데 원산지에서 들이키다 보니 소위 필름이 끊어지는 경험을 처음으로 했다. 깨고 보니 친구들에게 챙피했고, 나 자신이 통제되지 않는데 대해 실망했다.

요사이 술자리에서는 폭탄주로 하이트 맥주가 열세인 주류 시장에 테라를 내놓고 테라와 처음처럼을 폭탄주하면 테라처럼, 테라와 참이슬이 결합하면 테라와 참이슬의 슬이 결합한 테슬라가 과거 많이 마시던 카스처럼(카스와 처음처럼의 폭탄주)에서 판도가 바뀌어 열심히들 마시는 것 같다.

술의 기호는 변해도 “마구잡이 술꾼들 틈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건 여러모로 유리 하죠“라는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속의 대사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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