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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비둘기

2019년 08월 29일 [(주)문경사랑]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성북동 산에 새로 번지가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갔다….”

시인 김광섭은 “성북동 비둘기”라는 시에서 1960년대 후반 급격한 산업화와 함께 도시화되어 가는 서울을 성북동 비둘기를 통해 상징화하였다.

그래서일까. 막연히 성북동은 시에서 나오는 ‘채석장’, ‘구공탄 굴뚝 연기’, ‘메마른 골짜기’ 등의 시어(詩語)와 함께 지금의 재개발과 같은 낙후된 이미지로 여겼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성북동 경사진 길을 오르면서 그 생각이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시인 김광섭이 살았던 그때가 어떠하였는지 모르지만 지금의 성북동은 서울에서 가장 쾌적하고 자연친화적인 부촌(富村)의 대명사가 되어 있다. 도로는 차량 통행이 적어 보행이 불편하지 않았고 주변에는 넓고 큰 집들이 즐비하였다.

조용하고 아늑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길상사(吉祥寺)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길상사는 요정이었던 대원각을 주인인 김영한 보살이 법정스님에게 무주상보시의 마음으로 시주한 절이다.

법정스님은 이를 ‘맑고 향기롭게’라는 재단에 맡겨 운영하도록 하였다. 준 이나 받은 이 모두 무소유를 실천한 것이다. 절 안으로 들어섰다.

법정스님의 유해는 진영각(眞影閣) 화단 위쪽 작은 자리에 묻혀있다. 그곳에 안내판이 꽂혀 있었다. 생전에 무소유의 삶을 주장했던 스님은 여전히 우리에게 한결같은 법론을 하는 듯했다. 길상사는 계곡과 바위 그리고 많은 나무들로 둘러싸여 주변을 맑고 향기롭게 만들고 있었다.

길상사를 나왔다. 시인 김광섭은 이곳 성북동에서 한때 살았었다. 아마도 이곳 어딘가가 분명 산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산1번지 채석장에는 포성이 메아리쳐 비둘기는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가,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가 향수처럼 피어오르는 것을 보곤 했을 것이다.

성북동에는 간송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간송미술관은 간송 전형필이 일제 강점기에 모은 4천 여 점의 문화재들을 소장하고 있다. 간송은 그 문화재들을 구입하여 보존하기 위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많은 재산들을 아낌없이 팔았다. 그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우리나라는 문화국가로서의 자존을 지킬 수 있었다.

성북동에는 그러한 문화재들을 보호하고 그 가치를 높이는데 진력해 온 인물의 생가가 있다. 국립박물관장을 지낸 혜곡 최순우 선생이다. 언젠가 그의 생가를 소개한 사진들을 보고 감탄하였었다.

그의 안목에 걸 맞는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네 시까지만 관람이 허용되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의 집을 보면서 같은 형태의 집들이 골목길을 따라 마주하고 있는 옛 성북동 모습들을 잠시 상상할 수 있었다.

언덕 위 골목길 깊숙한 곳에 독립운동가였던 만해 한용운의 생가가 있다. 그는 조선 총독부 건물을 등지고 북향으로 집을 지었다고 했다. 북쪽을 바라보는 만해의 마당에서 나라 사랑하는 깊은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였다. 늦은 오후의 한적한 하늘가에 새 한 마리가 날고 있었다. 비둘기였다. 아니, 비둘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시인 김광섭은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그래, 성북동 비둘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이곳을 찾은 우리들에게 축복의 메시지를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돌고 있다.


010-956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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