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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義)

2019년 08월 20일 [(주)문경사랑]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휴일 오전 소백산 죽령 고갯길에 사람들이 모였다. 그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구한말 의병장 이강년 선생의 단양·죽령지역 전적지를 답사하기 위해서였다.

충북 단양 향교와 문화원, 제천 의병유족회 등에서 주로 참가하였으며 서울과 충주, 영월에서도 모였다. 행사는 ‘운강 이강년 의병대장 기념사업추진위원회’에서 주관하였다. 문경에서는 운강 이강년 의병대장의 후손과 시민 사십 여명이 참가하였다.

“휴일, 운강 이강년 의병대장과 의병의 발자취를 위해 기꺼이 현장답사에 참가하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기념사업추진위원회의 최주영 이사는 한여름의 무더위를 배려한 듯 짧게 인사말을 했다. 짧지만, 답사의 의미를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진중함이 배여 있었다.

부끄러웠다. 두 번째 답사였지만 적지 않게 망설였던 것이 사실이었다. 휴일과 한여름의 무더위에도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보고서 부끄러움을 느꼈으니 조금은 의(義)로움이 남아있는 것일까. 차를 탔다.

죽령은 소백산을 넘는 중요한 고갯길이다. 1907년 12월 삭풍이 몰아치는 겨울, 운강은 저 소백산의 도솔봉에서 일본군과 치열한 산악전과 유격전을 펼쳤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일행들은 도솔봉과 묘적봉, 묘적령 등 그때의 전적지를 찾아 산행을 시작했다.

같은 해 11월 경 단양일대의 죽령, 매바위, 장림에 이르는 지점에서 일본군과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매바위는 단양읍 대강면 용부원리에 위치하며 골짜기 위에 있는 큰 바위이다. 길 아래에서 그 현장을 바라보고 단양읍내의 소금정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에는 의병 장충식, 장익환 부자(父子)의 창의숭모비가 세워져 있다. 이번 답사에는 의병 장충식의 고손자인 제천의병유족회장 장영구 형제가 참여하였다. 그곳에서 일본의 경제침략에 항의하는 궐기대회가 열렸다. 작은 보드판에는 “NO 경제침략 아베 강력규탄“이라고 적혀있었다. 비석 아래에서 보드판을 든 사람들이 구호자의 선창에 따라 힘차게 소리를 쳤다. 나에게도 누군가 나눠준 보드판이 쥐어져 있었다. 다시 차를 탔다.

운강 이강년의 의병부대는 같은 해 10월 영월을 떠나 단양의 온달산성을 지나 소백산으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운강은 부대를 이끌고 이곳 산성에 올랐다. 고구려의 온달장군은 신라로부터 영토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서 목숨을 바쳤다. 그도 이곳에서 온달장군을 떠올렸을까. 그리고 백척간두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 오른 자신과 어떤 대비를 하였을까. 하늘이 맑았다.

“고구려는 고려를 세운 태조 왕건이 같은 국호를 구분하기 위해 개명한 이름이고 실제는 고구려가 아니라 고리(高麗)라고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려(麗)는 나라이름으로 쓰여 질 때는 ‘나라이름 리(麗)’로 읽혀집니다.”

산성 아래에서 단체사진을 찍어주던 이상기 박사의 설명이었다. 그는 충주시에서 역사문화단체인 ‘중심고을연구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안동대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쳤으나 역사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정년퇴직 후 진로를 바꾸었다고 한다.

그의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코리아(KOREA)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고려가 아니라 고구려 시대의 고리(高麗)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 이름은 당시의 비문(碑文) 등에서도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고구려는 패망하였으나 늘 우리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운강 이강년 의병대장은 우리 곁에 없지만, 우리들의 의(義)를 일깨우고 나라사랑의 가치를 높게 한다. 산성 아래 푸른빛의 남한강이 북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의(義)로움이 그렇듯.

파란 하늘이 보였다. 비로소 내 안의 의(義)로움도 고개를 들고 있었다. 저 푸른 남한강과 파란 하늘처럼.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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