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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老鋪)

2019년 07월 09일 [(주)문경사랑]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노포(老鋪)는 일본어다. 일본은 사회적으로 가업을 잇는 일을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래서 보통 3,4대(代) 이상 100년이 넘는 가게들이 많다고 한다. 이를 노포(老鋪)라 부르고 있다. 대대(代代)로 내려오는 오래된 가게를 뜻하는 말이다. 근대화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처럼 100년이 넘는 가게는 사실 많지 않다.

언젠가, 언론에서 보도한 바 있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 100선(選)’을 보아도 1940년대 이후에 개업한 곳이 80% 이상이다.

그 가운데 1950년도에 개업한 경희식당이 눈에 띈다. 경희식당은 식당주인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하는데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에 위치해 있다. 한 상에 사십 여 가지의 반찬이 차려져 나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위 한식당 100선(選)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직접 맛을 본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속리산국립공원 관광지구내에 있어 연중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고 한다. 창업자였던 남경희 할머니의 뒤를 이어 지금은 그의 아들이 운영하고 있다. 그러므로 2대에 걸쳐 70년 가까이 이어져오는 노포(老鋪)임이 분명하다.

100년이 넘는 곳으로는 서울시 종로구의 ‘이문(里門)설농탕’이 있다고 한다. 1904년 서울시 요식업 허가 1호로 개업하였다고 하니 115년이 흘렀다.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지만 그 맛만은 유지되고 있음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 세월의 깊이와 변화에는 맛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사람들이 오래된 식당을 사랑하고 찾는 이유가 또 있는 것이다.

우리 지역에도 과연 이처럼 오래된 가게가 있는 것일까. 오래 전부터 그게 궁금했었다.

얼마 전 흥덕삼거리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이곳은 구도심인 문화의 거리와도 떨어져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다. 비록 작은 구멍가게와 철물점 등 몇몇 가게들이 영업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점포가 비어 있다.

사실, 구도심의 적지 않은 상가들이 비어 있어서 이곳의 한적함과 노후된 건물들의 모습은 새삼스러울 바가 아니다. 그런데, 삼성인쇄소 맞은 편 단층 건물의 나무 유리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그곳으로 사람이 보였다. 간판 없는 오래된 낡은 이곳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였다. 미닫이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칠십대 후반으로 짐작되는 할아버지가 웃으며 맞이하였다. 무심히 들어오는 나를 보고 그는 이렇게 물었다.

“칼국수 사러 왔어요? 얼마어치 드릴까요.”

그곳은 국수를 만들어 파는 가게였다. 작은 가게 안에는 국수를 만들고 말리는 기계들과 나무틀이 놓여 있었다. 밖에서 볼 때에는 비어 있는 점포려니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는 삼십대부터 이 일을 시작하여 사십 여년 동안 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점촌 시내에는 두 곳만이 운영 중이라고 했다. 그런데, 국수 만드는 업종이 지금도 필요로 하는지 궁금했다.

“우리 집은 콩으로 만든 칼국수와 마른 국수를 만들고 있어요. 시내 식당과 아는 사람들이 사가곤 해요.”

아마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국수집은 그의 대(代)에서 끝이 날 듯하다. 이곳만이 아니다. 흥덕삼거리 앞 이층목조건물의 구멍가게는 2대(代), 칠십 여년이 지났지만 그 또한 가게를 오래하지는 못할 듯하다.

그러나, 우리 지역에서 저 ‘경희식당’이나 ‘이문설농탕’ 처럼 대대로 내려오는 오래된 가게들은 분명 있을 것이다. 언젠가 그런 곳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 오래된 것들에는 사람들을 끄는 고유한 특징뿐 아니라 켜켜이 쌓인 삶의 이야기들도 있기 때문이다.

간판 없는 국수집을 나섰다. 손에는 할아버지가 사십 여 년의 내공으로 뽑아낸 이천 원어치 콩칼국수를 들었다. 가족과 함께 할 점심 별미가 어떤 맛일지 궁금하였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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