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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곡(思母曲)

2020년 07월 21일 [(주)문경사랑]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아침 출근길, 안해의 얼굴이 굳어있었다. 운전을 하면서 안해의 표정을 살폈다. 그리고 기분을 풀어주려고 여러 번 말을 부쳐보았다. 그렇지만, 안해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안해의 마음이 어떨지 짐작이 갔기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아침이었다. 안해는 설거지를 마치고 어머니를 깨우려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조금 뒤 엄마의 거친 말이 들리고 곧 안해가 좋지 않은 표정으로 나왔다. 거실에서 갑작스런 상황을 지켜본 나로서는 적이 당혹스러웠다. 그리고 내 곁을 지나가는 안해의 굳어지는 표정을 바라보았다.

엄마는 몇 년 전부터 치매(癡呆)를 앓고 있다. 사실 치매가 있는 아흔에 가까운 노모를 봉양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엄마는 지역의 요양센터에 다닌다. 센터에서는 아침 8시 10분경에 엄마를 데리러 온다. 우리는 아침 여덟시에 출근을 해야 하기에 엄마를 깨워 센터 직원에게 맡길 준비를 해놓아야 하는 것이다. 촌각을 다투는 아침에 이런 일이 생기면 난감해진다.

언젠가부터, 아침이면 우리는 노심초사다. 밤사이 이부자리에 실수를 하지 않았나 해서이다. 그런데 자주 예기치 않은 일들이 발생한다. 그런 일들이 생기면 안해가 앞 정리를 하고 나는 옆에서 도와주곤 한다.

안해는 그런 거북한 일을 하면서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늘 고맙다. 하지만, 오늘처럼 엄마로부터 예기치 않은 소리를 들으면 마음의 상처를 받곤 한다. 그래서 미안하다.

올해 초 안해는 상주로 근무지를 옮겼다. 김천까지 출퇴근하는 나는 안해와 함께 상주까지 카풀을 하고 있다. 오랜 장거리 출퇴근에 안해와 함께하는 카풀은 사실 위로가 된다. 그런데 아침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안해의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에서 차를 세워 안해를 내려주었다. 그리고 출근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조금 속도를 내었다.

문득, 엄마를 떠올렸다. 엄마는 지금 요양센터에서 같은 형편의 노인들과 함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침의 일들은 분명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어느 정도의 인지능력은 있어 일차적인 대화는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것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언젠가, 엄마에게 당신의 나이를 물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계속 3년 전의 나이를 말하는 것이다. 아마도 온전했던 그때의 기억에 정지되어 있는 듯했다.

법정스님은 저서 ‘오두막 편지’에서, 자신이 거처하는 암자인 ‘불일암’을 찾아온 어머니를 비가 내린 뒤 배웅했었다고 했다. 그때 불어난 개울을 건너면서, 등에 업은 어머니가 바짝 마른 솔잎단처럼 너무나 가벼워 마음이 몹시 아팠다고 했다. 법정스님은 그 가벼움에서 어머니의 실체를 두고두고 생각하였다고 고백했다. 오래 전, 그 글을 읽었을 때 나 또한 내면에 있는 어머니의 실체를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엄마의 모습에서 법정스님이 말하는 어머니의 실체를 떠올리는 것은 아득하다. 나도 법정스님처럼, 엄마에게서 어느 땐가 저 가벼움과 같은 어머니의 실체감을 느낀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꿈결 속에서, 또는 기억의 단편 속에서만 가능한 듯하다.

방금 안해가 앉았다 떠난 빈자리를 바라보았다. 오늘처럼 예기치 않은 일을 겪은 안해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것이 사실이다. 안해는 저녁 퇴근쯤 되면, 굳었던 표정을 어느 정도 풀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안해가 앉았던 그 자리에서 엄마, 우리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랬다. 늘 엄마와 함께 있지만, 나는 어머니를 그리워했던 것이다. 아, 우리 어머니.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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