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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이래 살았다

2020년 07월 10일 [(주)문경사랑]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얼마 전 두 권의 책을 받았다. 한 권은 우리 지역 출신의 KBS 문화전문기자였던 이동식씨가 쓴 “온계이해평전”이었다.

온계(溫溪) 이해(李瀣)는 퇴계 이황의 중형(仲兄)으로 중종 때 대사헌을 지냈다. 또 한 권은 노부부였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회고록을 엮은 책이었다. 집 마당에서 고택을 배경으로 가족들이 찍은 빛바랜 사진이 표지그림이었다. 가을을 닮아 하늘하늘한 책이 왠지 정감이 갔다. 표지그림 위에 "우린 이래 살았다“라고 적혀 있었다.

책 두 권 중에 회고록에 먼저 손이 갔다. 할아버지의 글은 비교적 감정표현이 절제된 단문이었고, 할머니는 다양하고 섬세한 감정표현과 함께 자세하고 화려했다.

그들은 일제강점기였던 1914년에 태어나 결혼을 하여 여섯 남매를 낳고 평생을 해로했다. 할아버지는 마성면 외어리, 즉 늘목(老牧)마을에서 태어났고 할머니는 상주시 이안면 흑암리가 고향이었다.

할아버지는 진성 이씨(李氏) 온계파 20세손이었으나 곤궁하였다. 그러나 남에게 작은 농지를 얻어 열심히 하였다. 어느 날, 쏟아지는 비를 맞아 풀을 지고 집으로 온 할아버지의 모습을, 할머니는 이렇게 표현했다.

“…동네에서 양반은 나무도 안 하고 젊은 청년은 서울이나 대구로 다 공부하러 가거나 서당에 가서 한문 공부라도 하는데 신랑이란 사람은 맨날 지게질만 하고 있으니 속이 상하고 안타깝기만 했다.”

가난하였지만,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서 다른 무엇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선택한 것은 현실이었다. 온계의 후손과 양반이라는 자의식보다 가족을 부양하는 일이 먼저였다. 서울로 올라갔다. 그리고 신문배달 일을 열심히 하여 얼마의 돈을 벌었다.

그 뒤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휴일도 없이 공장 일을 하였다. 얼마 뒤에는 할머니를 불러 함께 생활을 하며 돈을 벌었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농지를 사고 집을 지었다. 그제서야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책의 제목이 그러하듯 삶은 다양함의 연속이다. 6․25 전쟁과 근대화의 과정에서 그들도 적지 않은 고난과 시련을 겪게 된다.

“…이 기록을 통하여 격변의 세월 동안 치열한 삶을 사신 우리 부모님의 체취를 다시 한 번 느껴보고, 그 엄청난 질곡 속에서 살아내신 그 지혜와 근면을 우리 후세가 조금이라도 흠모해보고자 한다.”

현재 재경문경시향우회 부회장이며, 재경문경중학교회장을 지낸 장남 이선기 선생은 책에 대해 비교적 조심스러워 했다. 그리고 책을 출간한 목적을 책의 서문에 자세히 적어 위와 같이 그 뜻을 명확히 세웠다.

그렇다. 후세들이 할아버지로부터 근면을 배운다면, 할머니에게서 배울 바는 지혜일 듯하다. 어느 날 쏟아지는 비를 맞고 풀을 지고 온 할아버지의 모습을 할머니가 안타까워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것은 할머니의 내면에 지향하고자 했던 그 무엇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품었던 배움과 지식에 대한 갈망과 열정은 자식들에게로 치환되었다.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고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설득했다. 그리고 서울로 이사를 하였고 자식들 모두 훌륭히 성장하였다. 만년에는 스스로 서예를 배워 전국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자기성장을 이루기도 했다.

글에서 삶의 마디마다 할머니가 비추는 지혜의 등(燈)과 만나게 되는데, 그 등은 늘 앞서서 가정의 앞길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평생을 해로한 노부부의 가족 성공스토리가 아니다. 지난했던 역사와 내면적인 갈등 속에서도 가족을 지키는 모습은 우리들의 부모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책을 읽은 후 여운이 오래 남는다. 그들은 마치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우린 이래 살았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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