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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품격

2020년 04월 28일 [(주)문경사랑]

 

 

↑↑ 김정호
신한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호서남초 총동창회장

ⓒ (주)문경사랑

 

21대 총선은 보수에게 처절한 패배를 안겼다. 선거가 끝나고, 결과를 보며 찍은 후보들까지 낙선하니 수도권에 사는 고향친구들은 열불이 나고, 화병까지 생겼다는데, 이 친구들에게 말 같지도 않은 다음과 같은 위로를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경기도는 이번에 더불어민주당 51석, 미래통합당 7석, 정의당 1석을 차지하였는데, 그래도 지난 2018년 6월 지자체장 선거에서 광역은 물론 기초지자체에 31곳 중 2곳(가평, 연천)을 제외한 29곳이 민주당이었고, 지방의회 권력 까지 장악 했었으니 그때 보다는 개선이 되었다고, 서울시도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 민주당 49석, 미래통합당 8석의 비율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광역은 물론 기초지자체장 25곳 중 1곳(서초구)을 제외하고 24곳이 더불어 민주당이었으니 그때 보다는 나아졌다고 얘기 했다.

2016년 20대 총선, 2017년 19대 대선, 2018년 7대 지방선거에 이은 이번 총선에서 보수의 4연패는, 보수를 대한민국 주류에서 지위를 잃게 하고, 산업화 세력에서 민주화 세력으로 교체를 의미하는 이 상황이 영구화 될까 두렵다.

수도권 젊은이들과 자주 소통하는 직업을 가진 나는 조국 사태에서 청년들의 분노와 좌절, 박탈감으로 민주당에 반감이 컸던 대학생들이 이번에 민주당에 투표한 이유는 코로나19의 영향과 품격 없는 보수에 대한 저항이라 느꼈다.

원래 진보의 언어는 전투적인 경우가 있지만 보수의 언어는 품격과 위트가 있었다. 1900년 보수당 소속으로 하원의원에 처음 출마해 당선 되었던 윈스턴 처칠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표를 부탁했다. 어느 집을 방문해서 처칠은 자신을 소개 했다. 그러자 집 주인이 “당신을 찍어 달라고? 차라니 악마에게 표를 던지겠소!”

그 말을 듣자 함께 하던 주변의 운동원 들은 안절부절 했다. 그러나 당시 26세의 처칠은 싸우지 않고 태연 했다. “압니다. 그렇지만 혹시 당신의 친구 분이 출마하지 않는다면 표를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이는 어린 시절부터 집안의 교육과 언어에 대한 훈련, 평소 절제와 성찰이 담긴 언어에서 나왔다.

그동안 보수가 쉽게 무너지지 않은 이유는 지도자나 지지자들이 유지해온 언어의 품격이 있었다. 광화문의 태극기 부대의 표현, 차명진 후보의 막말, 보수 유튜버의 허위정보 제공, 문재앙 코로나 등의 발언은 강성 지지층은 박수를 치고 결집했지만 중도층의 확장성은 없었다.

보수는 추상적 설계에 따라 사회를 구성하려는 ‘궤변론자’를 믿지 않고, 법률과 규범을 믿는다. 그런 보수가 ‘여권 N번방 딱 걸렸다’(신의 한수), ‘N번방에 집중 하세요’(가세연) 증거도 없이 연일 내세운 말들은 중도층에게 도리어 보수의 음모론으로 돌아 왔고, 이낙연 진보 위원장의 언어가 품격이 있었다.

보수의 품격은 자기희생과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병역 면제 받은 당대표가 보수대통령을 하겠다니 젊은이들이 반감을 느꼈다. 젊은 대학생들은 김종인 위원장이 전두환 정권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에 참여한 할아버지로 그 당시 협조한 대가로 전두환 정권에서 비례대표를 한분인걸 알고 있었고, 이분이 어떻게 촛불세력을 비판하며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되느냐고 말하는 제자도 있었다. 경제민주화를 헌법에 담은 분이라고 설명해도 그들은 외면했다.

보수를 지칭하는 ‘conservative’라는 단어는 ‘보존하는 자’를 의미 한다. 보수의 외침은 ‘자유를 보존하자’이다. 무작정 옛것을 지키는 수구가 아니다. 병역 면제 외에도 탄핵정권의 국무총리였던 황교안 대표, 극우적인 표현으로 비춰지는 막말의 당사자 홍준표 국회의원 당선자가 대선 후보가 된다면 보수층의 팬들은 있어도 중도는 수구로 여길 것이다.

또다시 2022년 3월 9일 대통령선거에서도 보수는 필패하게 될 것이다. 보수의 뼈를 깎는 혁신과 품위 있는 후보가 없으면 이해찬 대표의 민주당 100년 장기 집권론은, 일본 자민당이 1955년 창당 이래 4년을 제외하고 60년 넘게 집권 해 온 것처럼 현실화 될 수 있다. 상상하기 싫은 끔찍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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