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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집

2020년 04월 10일 [(주)문경사랑]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오늘도 삶아 낸다/보글보글 끓는 손맛// 냄새로 먼저 먹고/후후 불며 또 먹으면…”

문협(文協) 문경시지부 회장인 김종호 시인의 ‘문영집’이라는 제목의 시다. 문영집은 가은읍내에 있는 식당의 이름이다. 여든이 넘은 홍유선 할머니 혼자서 칼국수를 삶아 내고 있다. 그곳에는 일 년 내내 보글보글 칼국수 끓는 소리만 들려온다.

얼마 전, 김 시인을 만나 저녁을 함께했다. 그때, 시인은 저 시를 이야기했다.

“우연히 칼국수를 먹고 왔는데 시구(詩句)가 떠오르더라고…. 그래서 바로 지었지요.”

시인은 오래 전부터 매일 아침 시 한 수를 지어 자신의 SNS에 올리고 있다. 그 덕분에 사람들은 그가 매일 아침 길어 올리는 시(詩)의 샘물로 하루를 맞이하는 정갈한 기쁨을 누리고 있다.

‘문영집’도 그런 시다. 그런데, 식당 벽 액자에 저 시가 걸려 있다고 했다. 시를 읽은 시청 문화예술과 공무원이 액자를 만들어 주었단다. 시인이 그 액자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주었다. 아, 그 시를 읽고서 갑자기 문영집 칼국수 맛이 궁금해졌다.

가는 날이 가은 장날이었다. 식당은 도로 옆에 있었다. 허름하고 낮은 이층 건물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식당 문을 열었다. 시와 같은 정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한 주방에/식탁 네 개 쪽방 하나 단촐한 자리….”

주인할머니에게 인사를 하면서 깔끔한 주방이 보이는 반질반질한 긴 나무 걸상에 앉았다. 할머니는 시댁이 영순면이다. 그래서 어느 날 가은읍사무소 직원이 문경과 영순의 앞 글자를 따서 식당이름으로 지어주었다고 했다.

젊은 시절 가은에 와서 3년만 식당을 하려고 했는데, 그게 삼십 년이 되고 사십 년이 다 되어간단다. 칼국수요리만 삼십 년 이상을 한 셈이다. 그 세월이라면, 칼국수 솜씨는 달인이나 마찬가지이다. 칼국수가 나왔다.

“면발에 호박 배추는 어디나 같다 쳐도/삭힌고추 열무김치 배추김치 깍두기에/덤으로 주는 밥까지 배불뚝이 되었네”

열무김치 대신 파김치와 나박김치가 나왔지만 할머니가 차려놓은 식탁은 시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칼국수 한 그릇을 비웠다. 비록 작고 허름하지만 시인이 시의 결구에서 “국수 맛 좋으면 됐지 무엇을 더 바라리”라고 노래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문득, 칠팔년 전 강릉에서 근무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어느 허름하고 작은 식당을 찾곤 하였다. 강릉은 싱싱하고 다양한 해산물로 유명한데, 그 식당은 주인 할머니의 오래고 훌륭한 손맛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집이었다. 특히 문어 맛이 유별났다.

식당 골방에는 단골이었다는 전임 경찰서장이 직접 지은 시가 평범한 액자에 걸려있었다. 구체적인 시구(詩句)는 생각나지 않지만 할머니와 문어 등이 주요 소재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람들은 문어를 맛보러 와서, 술을 한잔하면 시와 시인의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저 시를 보고 이야기들을 참 많이 해요. 좋다고~”

할머니는 시를 지어 준 사람이 그래서 고맙단다. 사람들도 전보다 더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고 했다. 어쩌면 나 또한 그 사람들 중의 하나인 셈이다. 김종호 시인도 식당에서 자신의 시를 읽은 사람들의 연락을 종종 받는다고 했다.

우리 지역에는 문영집과 강릉의 그곳처럼 오래되고 훌륭한 그렇지만 영세한 맛집이 적지 않다. 어쩌면, 이처럼 지역의 시인들이 그 식당과 사연이 있는 시(詩)를 지어 식당 벽에 걸어 놓는다면 지역의 작은 문화콘텐츠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문화는 저변(低邊)에 있을 때, 보다 더 튼튼하고 오래 이어지게 마련이다.

농협문경시지부 맞은 편 ○○식당에서 다시 만난 시인에게 그런 소회를 말했더니, 시인은 무언가를 부지런히 적고 있다.

“…/문 똑똑/두드리니/빼꼼히 내다보는// 주인장/웃는 얼굴이/오늘 최고 안주다.”

시인은 식당 주인아주머니의 밝은 웃음에 즉석으로 자작시를 지었다. 문방사우(四友)라고 칭한 우리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내일 아침 저 시를 읽을 사람들의 정갈한 아침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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