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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식당

2020년 03월 20일 [(주)문경사랑]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휴일, 점심 무렵 문득 칼국수 생각이 났다. 안해와 아들에게 물어보았다.

“○○식당 칼국수 어때?”

그곳에는 매일 아침 주인이 직접 빚은 면으로 만든 칼국수를 팔고 있다. 쫄깃한 면과 맛있는 국물이 입맛에 맞아 가끔 찾는 식당이다. 차를 식당 근처에 세우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남(南)으로 문을 내어 이 시간이면 늘 밝고 따뜻하다.

주인아주머니 혼자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40대로 보이는 주인아주머니는 늘 주방과 홀을 오가며 바쁘게 움직인다.

“칼국수 세 개 주세요.”

식당의 주 메뉴는 칼국수와 된장찌개다. 그러나, 손님들 대부분은 칼국수를 선택한다. 아니, 칼국수를 먹으러 식당에 오는 것이다. 가격은 한 그릇에 4천원이다. 처음 이 가격을 알고 깜짝 놀랐다. 김치 또는 콩나물이 반찬의 전부이지만 점심비용으로는 정말 가볍다. 그래서 2012년도에 문경시에서는 이 식당을 ‘착한가격’ 업소로 지정하였다.

우리가 그 착한 가격에서 받는 어감과 실제 만족감은 거의 일치한다. 사람들은 점심(點心) 한 끼를 마음에 점을 찍듯이 가볍게 해결하고 싶어 한다. 그렇다고 경제적인 이유에서만 이곳은 찾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칼국수 맛이 좋다. 옛날 어린 시절 먹었던 손칼국수 맛 그대로다. 그 맛에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운 향수(鄕愁)와 함께 건강식이라는 기대감도 곁들여 있다.

“그냥요. 별 다른 이유는 없어요.”

식사를 마치고 착한 가격을 유지하는 이유를 물었다. 주인아주머니의 대답은 간단했다. 물론 칼국수 한 그릇 값이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집은 맛집으로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다른 음식 하나를 추가해서 가격을 올려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20년 가까이 한 결 같이 착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얼마 전, 친구와 식사를 하고 계산을 하려는데 지갑이 없는 것을 알았다. 순간 당황하였다. 그때, 주인아주머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음에 달라고 했다. 마치 잘 가라는 인사말처럼 걸림 없이 들렸다. 그래서일까. 칼국수 한 그릇을 먹는 것은 지금 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볕만큼 밝고 따뜻하다. 칼국수 한 그릇의 행복이라는 표현은 지나친 것일까.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가 지은 ‘굿 라이프’에서 저자는 행복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중국의 유교 경전인 ‘대학’에는 자겸(自謙)이라는 말이 나온다. 유학자 주희는 겸(謙)을 이렇게 정의하였다. ‘겸쾌야족야(謙快也足也)’, 즉 겸은 기분이 상쾌(快)하고 자기 삶에 만족(足)하는 것이다. 저자는 쾌족(快足)이라는 말이 행복의 심리적 상태로써, 행복이라는 단어 자체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직접적으로 행복을 표한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행복은 쾌족한 심리적 상태를 이른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지금 이 칼국수 한 그릇에서 만족하는 심리적 상태, 즉 쾌족한 마음을 행복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듯하다.

책에서, 행복의 본질 중 하나가 ‘다른 사람의 웰빙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살펴보면, 주인아주머니는 손님들에게 늘 행복을 선물하고 있다. 이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계산 없는 기쁨을 주는 것이 행복의 본질일진데, 주인아주머니는 충분히 행복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 전 주인이 지은 식당이 창조에요.”

식당 이름의 뜻이 궁금해서 물었더니, 간결한 답이 돌아왔다. 그래, 이곳은 행복을 창조(創造)하는 행복식당이라고 불러도 괜찮을 듯하다.

식당을 나왔다. 봄볕에, 문 위에 걸린 낡은 간판이 기분 좋게 졸고 있었다. 나 또한 행복한 졸음이 밀려왔다. 봄, 봄이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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