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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단풍나무

2020년 03월 10일 [(주)문경사랑]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휴일 볕이 좋았다. 그 볕이 창안으로 들어왔다. 마당의 마른 잔디가 한적한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밖으로 나갔다. 대문 옆의 수돗물을 틀었다. 물이 호스를 따라 힘차게 흘러 내렸다.

긴 호스를 들고 마당 가운데 섰다. 그리고 준비한 성냥으로 마른 잔디에 불을 붙였다. 불이 주위로 번져나갔다. 얼마 되지 않아 마당의 잔디들이 까맣게 변했다. 잔디들이 재로 변한 것이다. 푸른 싹들은 땅 속에 잠들고 있는 듯 보이지 않았다. 호스로 물을 뿌렸다. 혹시 모를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법정스님은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에세이에서 겨울이 오는 무렵, 채소밭을 정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여름 날 내 식탁에 먹을 것을 대주고 가꾸는 재미를 베풀어 준 채소의 끝자락이 서리를 맞아 어둡게 시들어 가는 것을 그대로 두는 것은 가꾸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범정스님의 저 말이 아니더라도 봄을 맞이하는 나름의 의식인 셈이다. 그리고, 빗자루로 타버린 재를 쓸었다. 까맣던 모습이 다소 정리가 된 듯했다. 이제 푸른 싹들이 올라와 마당은 푸르게 바뀔 것이다.

“어머, 홍매화가 폈네요.”

마당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내가 궁금해서인지 안해가 밖으로 나오며 감탄을 했다. 그랬다. 며칠 전 아침 출근길에 나뭇가지에 맺힌 붉은 꽃망울을 보았었다. 그때의 꽃망울들이 결국 봄볕에 못 이겨 꽃을 피어냈던 것이다. 그렇다면, 뒤안의 산수유나무도 분명 노란 꽃을 피어냈을 것이다. 분명하다.

저렇게 꽃을 피워내면 다음은 튤립이다. 지난해 가을 이웃의 이 선생으로부터 튤립 뿌리를 얻었었다. 그리고, 화단에 심어두었다. 이미 싹이 올라와 꽃대를 기다리고 있다. 곧, 노랗고 빨간 튤립 꽃들이 회색빛 겨울 장막을 벗겨내듯 주위를 환한 봄빛으로 변하게 할 것이다.

그때쯤이면, 연분홍 철쭉과 개나리 그리고 앵두꽃이 마당을 장엄(莊嚴)하고 뒤에 석류나무가 늦게 기침(起寢)하는 양반처럼 꽃을 피울 것이다. 그때는 이 선생 집 담장 너머 능소화도 한창일 테다. 봄, 봄은 그렇게 오고 있다.

그때 대문 안쪽에 당단풍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가 처음 이 집을 지었을 때 당신이 직접 마당에 심은 나무였다. 당신이 집을 지은 뒤 제일 먼저 옮겨 심은 것은 옛집의 오래된 감나무였다. 그리고 홍매실 나무와 앵두나무 묘목을 앞마당에 심고, 석류나무 묘목은 뒤안에 심었다.

그리고 안해의 큰집에서 구해온 저 당단풍나무를 대문 안쪽에 심은 것이다. 당단풍나무는 바람이 불면 바람이 머물게 하고 눈비가 오면 새들에게는 넉넉한 지붕이 되어주었다. 다른 나무들이 바람에 가지가 휘어질 때, 저 당단풍나무는 바람을 재우듯 풍성한 잎으로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게 했다. 그럴 때 우리는 당단풍나무에서 성성(惺惺)하고 적적(寂寂)한 고요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아버지가 그랬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저 당단풍나무처럼 성성적적(惺惺寂寂)한 존재였다. 격정과 혼돈의 상황에서, 바람을 재우는 저 풍성한 당단풍나무처럼 아버지는 우리의 호흡을 가다듬게 하고 저 멀리 볼 수 있게 하였다. 어쩌면, 그래서 당단풍나무는 아버지나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안해와 함께 우리는 어느 새 그때의 아버지 연치 즈음과 가깝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때의 우리들 연치 가까이에 와있다. 그래서 정말 궁금하다. 우리 곁을 떠나 홀로 설 아이들에게도 저 당단풍나무는 아버지나무로 불리워 질수 있을지 모르겠다.

바람이 분다. 당단풍나무는 아직 바람을 머물게 하지 못한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 같은 봄볕을 좀 더 받은 당단풍나무는 곧 풍성한 잎들을 마술처럼 펼쳐 보일 것이다.성성적적(惺惺寂寂)한 모습과 함께.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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