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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涓吉)

2020년 02월 21일 [(주)문경사랑]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그게 있을 텐데….”

안해는 조금 전부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오랫동안 장롱 깊숙한 곳에 보관해 둔 거라서 찾는 게 쉽지 않는 듯 했다. 안해는 시집올 때 가지고 온 사주단자(四柱單子)를 찾고 있었다.

사주단자는 신랑 측에서 신부 측 집안에 혼례를 청하는 내용의 간지(簡紙), 즉 일종의 청혼서와 함께 보내는 신랑의 생년월일시(生年月日時)를 적은 사주(四柱) 등을 말한다. 이들을 함(函)에 넣어 신부 측 집안에 보내면 신부 측에서는 결혼 일자를 택일하여 신랑 측에 답서한다. 이때 겉봉투에는 연길(涓吉)이라고 적는다.

연길은 청혼에 대한 구체적인 응답이며 화답인 셈이다. 종이를 다섯 번 접어 가운데에 전안(奠雁) 또는 전안례(奠鴈禮)라고 쓰고 결혼 날짜와 시(時)를 적는다. 그리고 길할 길(吉) 자(字)로 마무리 한다. 전안은 신랑이 혼례식 때 가지고 가는 목기러기에 절을 하는 예식, 즉 혼례(婚禮)를 뜻한다고 한다.

“아, 여기 있어요~”

안해가 붉은 보자기 두개를 건넸다.

“아버님이 주신 사주단자와 친정에서 만든 답서를 우리가 보관하고 있어요.”

그랬다. 신부는 신랑 집안에서 보낸 사주단자를 시집 올 때 가지고 온다. 그리고 신부 집안에서 보낸 답서와 함께 장롱 깊숙한 곳에 보관해 둔다고 한다.

붉은 색 보자기를 풀었다. 그 안에 사각으로 접은 큰 한지가 나왔다. 조심스럽게 한지를 펼쳤다. 한지를 몇 겹으로 덧붙여 만든 네 개의 봉투가 들어있었다. 봉투에는 먹으로 쓴 한자가 한지에 반듯하게 쓰여 있었다.

사주를 뜻하는 사성(四星) 두 글자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선친(先親)이 장인어른에게 보내는 청혼서의 겉봉투에는 “店村洞 鄭○○ 謹拜”와 다른 한 쪽에 “盧生員宅 下執事 入納”이라는 글씨가 적혀있었다. 그리고 봉투 붙이는 입 부분에는 “謹封”이라고 적었다.

조심스레 봉투 안의 내용물을 꺼냈다. 한자와 한글이 혼용된 정자체의 글씨가 적혀 있었다. 청혼서였다.

“추운 겨울에 귀댁의 만복을 기원하오며, 이렇게 혼담이 오감을 한미한 집안의 경사로 여기옵니다. 삼가 혼례를 청하오니 허락하여 주심을 우러러 바랍니다(仰願).”

아, 이십대의 끝에서 철없는 아들이 겨울의 어느 날 인연이 될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했을 뿐인데, 선친은 저렇듯 정성과 예를 다하여 장인어른께 혼례를 청하였던 것이다.

그랬었구나. 내가 안해를 맞이하여 자식을 낳고 한 가정을 이루어 지금에 이른 것이 저절로 되어 진 일이 아니었구나.

청혼서는 “東來後人 鄭○○ 再拜”로 마무리되었다. 어쩌면 저 본향(本鄕)의 뿌리가 결혼이라는 인연에 일부나마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혼의 절정은 택일(擇日)이다. 이를 연길(涓吉)이라고도 하는데, 장인어른은 선친의 청혼에 화답하여 혼례일을 “奠雁壬申十一月二十七日午時吉“로 적었다.

삼십년 전에 장인어른이 정한 저 연길을 읽으면서 그 마음이 어떠했는지를 짐작해 보았다. 동래후인의 설익은 청년이 과연 미덥지 않으셨겠지만, 당신의 사랑하는 영애(令愛)의 행복을 간절히 원하셨을 것은 분명하다.

이제, 우리는 그때의 선친과 장인어른의 연치와 가깝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장성한 아들도 그때처럼 성혼을 위한 택일, 즉 연길을 눈앞에 두고 있다.

늦은 시간까지 장롱 깊숙한 곳에 보관해 둔 그때 양가의 청혼서와 답서를 전설처럼 옛이야기처럼 살펴보고 있는 것은 까닭이 있어서이다.

연길(涓吉)의 끝 글자, 길할 길(吉)이 눈앞에 다시 선명하게 들어왔다. 옛 선조와 우리의 부모들이 진실로 소망하였던 저 길(吉)함이 대(代)를 이어서도 여전히 이어지기를 앙원(仰願)한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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