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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극필반

2019년 11월 01일 [(주)문경사랑]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주)문경사랑

 

“오늘 중으로 납부한다고 하셨는데….”

“…예, 그런데 오늘 들어오기로 한 돈이 안 들어와서요. 죄송합니다.”

오늘까지 벌금을 납부하겠다고 약속을 한 벌금미납자가 납부를 다음에 하겠다고 한다. 사실 오늘 날짜도 몇 번을 미루고 약속된 것이다. 그런데도 다시 미루고 있다.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서 좀 더 목소리를 높여 납부독촉을 하려다가 마음을 돌리기로 했다.

그는 누군가로부터 오늘 돈을 받기로 하였다가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물론 변명일 수도 있다. 그러나, 벌금 징수에 집착하기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그에게 돈이 마련되면 벌금을 납부하라고 말해주었다.

10월은 여느 달과 달리 담당직원들의 벌금납부독촉이 더 적극적이 된다. 각 청별로 실적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장도 빈번해지고 전화 독촉도 많아진다. 그러다 보면 본의 아닌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로의 입장이 부딪히면서 어느 지점에서 충돌하는 것이다. 벌금을 받아야 하는 쪽과 납부를 연기하거나 기피하려는 쪽과의 신경전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벌금의 시효는 5년이다. 2017년 12월 12일 이전에는 3년이었으나 법 개정으로 연장이 되었다. 하지만, 시효가 연장되기 전에도 징수불능이 되는 경우는 극히 적었다. 지금 시효기간이 연장되었고 국가형벌권의 엄정한 집행이 법 개정의 취지임을 볼 때 향후 시효완성으로 징수불능 되는 예는 거의 없을 듯하다.

그렇지만, 기간이 오래지난 벌금미납자들의 납부 기피가 심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에 따른 담당자들의 방법 또한 다양하고 노력 또한 치열할 수밖에 없다.

“다음 달에 납부할게요!”

어느 미납자가 일방적으로 말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담당자의 말에 의하면, 법원에서 선고한 결정문에 주민번호가 특정되지 않아 미납자의 구체적인 인적사항과 연락처를 알 수가 없었다고 했다. 담당자는 미납자의 주소지와 일부 주민번호를 기초로 인적사항과 연락처를 확인하여 가까스로 통화가 되었다고 하였다.

담당자는 즉시, 해당 은행에 통장 압류를 의뢰하였다. 다음날, 그의 가상계좌로 벌금이 입금된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는 벌금을 납부할 능력이 있었음에도 이를 의도적으로 지연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는 말이 있다. 일의 전개가 극(極)에 달하면 도리어 반전한다는 뜻으로 지나친 욕심은 일을 그르치게 한다는 풀이다. 그릇의 물도 차면 넘친다는 ‘기만즉경(器滿卽傾)’과 함께 쓰여 지는 말이다. 당서(唐書)가 그 출처라고 한다. 무언가 지나치면 일을 그르쳐 미치지 못함만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과도 뜻이 닿아 있다.

이것은 나라의 역사적인 흥망성쇠에서 그 교훈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최근의 우리 사회 현상에서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어느 단체나 개인의 입장을 지나치게 주장하거나 강요하게 되면 의도했던 일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일들 말이다.

“오늘 중으로 벌금을 내겠습니다.”

뜻밖에 그날 오후, 벌금납부가 어렵다는 그로부터 연락이 왔다. 갑자기 돈을 마련한 듯했다. 벌금이 입금된 것을 확인했다. 왜 그는 굳이 벌금납부가 어렵다는 당일에 벌금을 납부하였을까. 아마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의 입장을 한번 살펴보았던 담당자의 마음이 그를 움직이도록 하였던 것이 아닌가 막연히 짐작해 볼 뿐이다.

물극필반(物極必反)은 그릇에 물이 차서 넘치지 않도록 경계하여 비우는 마음이다. 그것은 자신의 이익을 끝까지 앞세우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을 살펴보는 배려심이 열쇠가 아닐까한다.

가을, 온 산이 단풍으로 물들고 있다. 지금 나무는 여름의 끝, 물극필반의 지경에서 스스로를 비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다가오는 겨울에는 온전히 비우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저 가을의 단풍이 더욱 아름다운 이유이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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