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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留)

2017년 08월 11일 [(주)문경사랑]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김천지청

ⓒ (주)문경사랑

 

김천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출퇴근을 하기로 했다. 출근 이틀 째였다. 운전 중 휴대폰이 울렸다. 사무실에 도착하여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상주에서 함께 근무를 했던 검사였다. 이른 아침, 갑작스런 그의 전화가 궁금했다. 휴대폰의 번호를 눌렀다.

문득, 그와의 일들이 떠올랐다. 그는 키가 컸고 둥근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검사보다는 판사가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여린 마음을 지녔지만 일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하였다. 수사기관에서 고소나 고발 외에 직접 사건을 수사하는 것을 인지수사라고 한다. 그 무렵, 그와 함께 했던 사건 수와 내용이 정말 다양하였다.

여름이 지나가는 어느 날 오후였다. 피의자 조사가 끝나갈 때, 검사가 함께 밖에 나가자고 하였다. 별다른 설명 없이 나가자는 말에 무작정 따라나섰더니, 청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읍 어느 여관 근처였다.

신고가 들어왔다고 했다. 그제서야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미리 단속 인원을 확보하고 사전준비를 하여야 함에도 단 둘만 현장에 온 것이 당혹스러웠다. 급히 사무실에 전화를 하여 직원들을 오게 하였다. 그리고 현장을 압수수색하여 업주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심야조사 끝에 자백을 받아 구속하였다.

이처럼, 일에 대한 성실과 책임감은 그를 늘 바쁘게 하였다. 청에서 가장 늦게 퇴근하고 다음 날 아침 일찍 퇴근하는 사람이 그였다. 그렇지만, 그와 일만 한 것이 아니었다. 평일에는 퇴근 후 저녁자리를 통해 얽히고 닫혔던 마음들을 풀어내었다. 휴일에는 등산동호회를 하면서 직원들과 산을 다녔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일이나 기념일을 챙겨주는 등 가족들과의 인연도 자연스레 가지게 되었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했다. 그는 울산으로 발령을 받아 떠났다. 그리고 한 해가 지난 뒤 연락이 왔다.

“계장님, 저 검사 그만뒀습니다.”

갑작스런 말에, 웃으며 판사로 전직하였다고 했다. 아마도 삶을 진지하게 살게 되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길을 가게 되는지 모르겠다. 그 뒤 광주와 대구에 근무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곤 했었다.

“김천에 오셨다면서요. 저도 김천지원에 근무하고 있어요.”

여전히 밝은 그의 목소리였다. 바로 옆에 있는 듯 느껴졌다. 거자필반(去者必返)이다. 다시 만난 인연이 반가웠고 감사했다. 그날 점심을 함께 했다. 그는 8월 중순 미국으로 가족과 함께 유학을 떠난다고 했다. 잠시의 만남에 또 긴 이별이 마련된 것이다.

옛 사람들은 이별을 하면서 떠나는 이에게 버드나무를 꺾어주었다고 했다. 그래서 강가와 나룻가에 버드나무가 심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버드나무의 한자음 류(柳)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떠나는 이가 그곳에서 잘 머물기를 염원하기 마련이다. 이때 ‘머물다’라는 한자음이 류(留)인데 버드나무 류(柳)와 발음이 유사하다고 한다. 그래서, 버드나무를 꺾어 타향에 심어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한 것이다.

비록, 그에게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주지 못하지만 잘 머물다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랬다. 오랜 뒤에 지금 다시 만난 것처럼 말이다.

“다시 만나면, 상주에서 직원들과 술 한 잔 같이 해요.”

법원 청사로 들어서는 그가 하는 말이다. 같은 마음으로 화답하듯 손을 들었다.

청사로 들어서면서, 나에게 주어진 이곳의 시간들을 헤아려 보았다. 그리고 내 가슴속에 버드나무 한 그루를 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나는 날, 안해와 지인들이 기도하듯 꺾어주었을 마음의 버드나무 가지들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매일 물을 주어야겠다. 가끔 자양분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잘 머물다 돌아가야겠다.

문경새재 전설이 주렁주렁 열리고 가을 단풍 곱게 피어나는 아름다운 우리 문경으로 말이다. 입추가 며칠 지났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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