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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의 한의학 교류

2018년 07월 17일 [(주)문경사랑]

 

 

↑↑ 엄용대
엄용대 한의원 원장<054-553-3337>

ⓒ (주)문경사랑

 

한반도의 전쟁 위협을 해소해 평화의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적 사안과는 별개로 한의학 측면에서 남과 북이 만나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어, 남·북한 한의학의 학술 교류의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7일, 남과 북의 정상은 한반도의 대립과 분단의 시대를 종식하고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자는 ‘판문점 선언’을 하였습니다. 한반도의 평화 체제 구축에 대한 노력과 상호 협력에 대한 선언문은 그 자체로 매우 큰 의미가 있으며, 우리 민족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이미 단단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판문점 선언’은 짧지만 여러 가지 내용을 담고 있는데, 기존의 남북 합의 이행이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이산가족 상봉 등 모두가 반가운 내용이었지만, 그 중에서 한의학만큼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시키고 나아가 통일 한국의 발전 동력으로 작용할 만한 분야도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북한은 ‘95년 냉전 전에는 동유럽과의 교류로 서양의학이 많이 유입됐었지만, 점차 경제가 어려워지고 세계적으로 고립되면서 열악한 현대의학 수준을 보완키 위해 ’고려의학‘으로 불리는 전통의학에 대한 의존도와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실제 북한에서는 그동안 민간요법이나 전통의학을 체계화 시켜왔으며, 치료법을 약5만 가지로 정립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해방 이전까지만 해도 남과 북의 전통의학은 하나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으나, 70여년의 분단 기간을 거치며 상이한 역사적 맥락과 사회적 여건 속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한의학과 고려의학으로 일단 그 명칭이 달라진 것이 상징적이라 하겠습니다. 오랜 기간 상호 교류가 단절되어 의료인이 사용하는 언어나 의학 용어가 달라져 언어 문화적 이질성이 생겼으며 서로 상이한 의료 시스템과 의료인 면허 제도의 차이로 인해 상호 이해가 힘들게 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의학과 고려의학은 같은 뿌리를 가진 만큼, 아직 상호 교류의 바탕이 되는 접점이 여럿 존재합니다. 일단 남한과 북한의 의료인 양성 기간과 대학 기관이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북한에서도 보통 6년의 교육 기간을 거쳐 고려의사가 양성되며 각 지역에 11개의 의학대학에서 매년 1000여명의 고려의사가 배출되는 현황이 우리와 비슷합니다. 교육과정 역시 서양의학 교육에 상당부분 시간을 할애해 서양의학과 고려의학이 거의 동등하게 교육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과 비슷하게 보입니다.

법적 제도적 측면에서도 유사한 것이 발견됩니다. 남한은 한의약육성법을 통해 한의약 기술의 발전과 과학화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명시하였고, 북한은 인민보건법을 통해 고려의학의 과학화와 체계화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한의학연구원과 마찬가지로 북한은 고려의학의 과학화·현대화를 위한 연구 시설로 고려의학과학원을 설립하여 전문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효과적이고 발전적인 한의학과 고려의학의 교류는 어떻게 이뤄지고 방법과 절차는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요?

북한에서는 1차 의료의 대부분을 고려의학이 담당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임상 역량과 관련하여 남북의 전통의학 교육과정에 대한 비교와 분석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 민족에게는 ‘사상의학’이라는 좋은 콘텐츠가 있습니다. 한의학과 고려의학을 이어줄 수 있는 연결 고리로 이보다 더 좋은 주제는 찾기 힘들 것입니다. 사상의학은 한국 전통의학의 고유한 의학 이론이며 기술로써 남과 북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교육하고 발전시켜 왔을 것입니다.

고려의학에서는 사상의학을 어떻게 교육하며 임상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알아봄과 동시에 국제적 연구 성과를 꾸준하게 쌓아온 남한의 연구 실적과 결과물을 교류하면서 사상의학의 남북 공통 교육과정 개발을 착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의학과 고려의학이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현존하는 차이를 줄이고 상호이해를 하는 것은 통일된 한국의 전통의학을 만드는 데 있어 불가피한 과정입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관문이 있겠지만, 남과 북이 서로 합심하여 노력만 한다면 하나의 전통의학으로 많은 학문적·임상적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와 갈등에서 벗어나 신뢰와 협력으로 남북 상호 관계를 다지려는 시대적 흐름에서 우리의 전통의학, 민족의학이 그 다리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한의학의 중흥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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