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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隨想》.....인간사 그리워 필닐리리!

2010년 01월 18일 [(주)문경사랑]

 

김안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주)문경사랑

중국 요(堯) 임금 때, 허유(許由)와 소보(巢父)라는 사람은 벼슬을 하기 싫어 기산(箕山)과 영천(穎川)에 숨어 살았고, 중국 은(殷)나라의 신하였던 백이(伯夷)·숙제(叔齊) 형제는 주(周)나라에 사는 것을 피해 수양산(首陽山) 속에서 고사리를 캐먹다가 죽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단종(端宗) 때의 김시습(金時習, 1435~1493)은 단종을 내친 수양대군(首陽大君)이 미워 벼슬을 버리고 이곳 저곳을 숨어다니며 살았고, 철종(哲宗) 때의 김삿갓(金炳淵, 1807~1863)은 역적에 연루된 조상을 부끄러워 하며 전국을 떠돌며 방랑시인으로 살다 갔다.

이런 사람들처럼 혼자서 살아가기란 참으로 어렵고도 드문 일이라 할 수 있다. 아마 이들도 속세에 대한 미련을 조금은 갖고 있었을 것이고 완전히 절연하고 살지는 않았을 것 같다.

깊은 산속의 스님들도 가끔 속인(俗人)을 만나기도 하고 세상에 나와 일을 보기도 한다.

석가와 공자와 예수도 높은 경지의 깨달음에 이른 다음에는 세상에 나와 진리를 전파하는 활동을 하였던 것이다. 생명을 가진 모든 동물과 식물도 같은 종족끼리 모여 사니, 이것이 생물의 군서본성(群棲本性)이다.

사람을 한자로는 ‘人(인)’이라고 쓰는데 둘이 서로 버티면서 도우며 산다는 뜻이고, 또한 사람을 ‘인간(人間)’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의미이니 사람은 곧 사람 사이에서만 존재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개개인이 모여 단체가 되고 단체가 모여 사회가 되며 사회가 모여 국가가 되고 국가가 모여 세계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은 누구나 가족과 친척, 친구와 이웃과 더불어 살고 직장과 지역과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며 국민과 세계인의 하나로 기능하게 된다.

사람들과 동떨어져 완전히 혼자 산다면 첫째로 외롭고 고독하여 견디기 어렵고, 둘째로 불편하고 아쉬운 점이 많아 생활하기 힘들고, 셋째로 주변이 막막하여 불안과 초조를 벗어나기 힘들며, 넷째로 재미도 알아줄 사람도 없어 삶의 보람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남이 있어 나의 존재가 의미를 갖게 되고 숱한 사람과 더불어 삶으로써 인생의 참다운 맛을 느끼게 된다. 인간 속에서 돕고 싸우며 웃고 울면서 살아가는 동안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삶의 보람을 이루어가게 되는 것이다.

만인의 기쁨 속에 태어나고 만인과 함께 어울려 살다가 만인의 슬픔 가운데 죽음을 마지하는게 인생인 것이고 그것이 인간의 참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천형(天刑)의 나병(癩病) 환자로 오랫동안 혼자 외로이 살아온 한하운(韓何雲, 1919~1975) 시인은 《보리피리》라는 시를 지어 사람들 속에 같이 살고 싶은 애절한 심정을 호소하였다. “보리피리 불며, 인환(人?)의 거리, 인간사(人間事) 그리워, 피-ㄹ닐리리.”

편집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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