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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隨想》…문경 조령과 신입 장군

2009년 12월 18일 [(주)문경사랑]

 

김안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주)문경사랑

조선 선조(宣祖) 25년(1592)부터 7년간에 걸친 임진왜란(壬辰倭亂)과 정유재란(丁酉再亂)은 미증유의 대학살 전쟁이었으며, 이 와중에 우리 문경은 왜군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동안에 가장 큰 상처를 입은 고장이었던 것이다.

당시 문경, 특히 조령(鳥嶺)과 깊은 인연을 가진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신입(申砬, 1546~1592) 장군이다.

삼도순변사(三道巡邊使)란 직책을 가지고 3천여 명의 군사와 함께 현지 조령에서 일본의 소서행장(小西行長)이 이끄는 1만 8천여 명의 군사와 대치한 것이 전쟁 발발 13일만인 1592년 4월 25일이었다.

세 개의 관문에서 한 번 막아보지도 않고 싸워보지도 않은 채, 그대로 내어주고 탄금대(彈琴臺) 옆 허허벌판에서 남한강과 달천(達川)을 배수진으로 하여 처음으로 전투에 임하였다. 조총에 맞아죽고 물에 빠져죽고 칼에 찔려죽고 하여 3천여 명 군사가 모두 죽었고, 신입 장군은 스스로 자결하였으니 그 날이 4월 28일(양력 6월 9일)이었고 장군의 나이 47세였다.

승승장구의 왜군이 서울 한양(漢陽)에 진군한 것이 5월 3일이니, 부산 상륙후 21일만이고 신입 패망후 5일만이었다.

신입 장군이 만일 제1관문인 주흘관(主屹關)에서 일차 방어전을 펴고 이어 제2관문인 조곡관(鳥谷關)에서 2차 전투를 벌리고 다시 제3관문인 조령관(鳥嶺關)에서 결전을 치룬 다음에 마지막으로 탄금대 옆에서 배수진의 최후 승부를 걸었더라면 결국 패하기는 했더라도 적군 수천명을 살상하고 북쪽으로의 진군을 보름 정도는 지연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아군이 약세일 때는 자연 지세를 잘 이용해야 되고 조총은 장애물 없는 평지에서 효과가 크다는 것은 병법의 기본이고 범부도 생각할 수 있는 전략인데, 천험의 요새인 조령 계곡에서의 방어를 포기하고 평지에서의 전투를 택한 신입 장군의 심중을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 만이 아는 고도의 전술이 있었는지, 아니면 대군을 보고 놀라 겁이 났는지, 또는 구전(口傳)되어 오는 설화처럼 자기가 버린 여자의 혼령에 씌워서 그러했는지 모를 일이다.

전투 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에서도 한 집단의 지도자가 내리는 판단과 결정은 일의 승패와 집단의 사활을 가져오는 절대적 분수령이다.

용장(勇將)보다는 지장(智將)을 더 중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충무공(忠武公) 이순신(李舜臣) 장군을 높이 평가하고 숭상하는 것은 용(勇)과 지(智)와 덕(德)을 갖추고 혁혁한 전과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나는 문경 관문을 지날 때 마다 천혜의 지형을 보면서 항상 신입 장군을 연상하고 개운치 않은 우울한 감정을 갖곤 한다.

사후에 받은 충장(忠壯)이란 시호가 어쩐지 과분한 것 같다. 외람될지 몰라도 감히 신입 장군을 원망하고 애석해 마지 않는 바이다.

편집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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