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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안제미(擧案齊眉)

2020년 03월 31일 [(주)문경사랑]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주)문경사랑

 

‘거안제미’라는 고사성어는 밥상을 눈썹과 가지런하도록 높이 들어 어른 앞에 가지고 간다는 뜻을 갖고 있다. 다시 요약하면 웃어른을 깍듯이 공경함을 표하는 말이다.

중국 남조(南朝) 송(宋)나라의 범엽(范曄)이라는 학자가 쓴 125권의 역사서인 ≪후한서(後漢書)≫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적혀 있다.

후한(後漢, 25~220)때에 양홍(梁鴻)이라는 가난한 선비가 있었는데 열심히 공부를 하여 그 이름이 인근에 널리 알려졌다. 그 고을에 맹광(孟光)이라고 하는 나이 든 처녀가 살았는데, 못생겨서 아무도 결혼을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가관인 것은 선을 보거나 중매가 들어오면 오히려 이 처녀가 먼저 거절을 하였다.

그 이유를 물으면 “양홍 같은 사람이 아니면 결혼하지 않겠다”라고 답변하곤 하였다. 처녀 부모가 혹시나 하고 말을 넣었더니 의외로 양홍이 쾌히 승낙하여 마침내 결혼하게 되니 그때 맹광의 나이 서른 살이었다.

결혼하고부터 남편에게 밥상을 들고 갈 때면 꼭 눈높이까지 들어 올려서 공경하는 마음을 표하고 생활을 검소하게 줄여나갔으며 부부간의 화목함을 돈독히 하였다. 그리하여 그 남편인 양홍이 유명한 큰 학자가 되는 데 절대적인 내조(內助)의 공을 쌓았던 것이다.

나라가 어지러우면 현명한 신하가 생각나고[國難而思賢臣 국난이사현신], 집안이 가난하면 현명한 아내가 생각난다[家貧而思賢妻 가빈이사현처]는 말이 있다. 가정살림이 공궁할수록 가정주부의 현명함과 범절이 더욱 필요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봉건시대에 칠거지악(七去之惡)이라는 것이 있었다. 아내를 내쫓아도 흉이 되지 않을 정도로 아내가 범한 일곱 가지 잘못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예외를 두었으니, 세 가지 경우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면 내칠 수 없는 삼불거(三不去)가 그것이다.

어려웠던 살림이 그 아내가 들어와서 좋아지게 된 경우, 시부모를 잘 모셨고 그 상(喪)을 모두 모신 경우, 그 집을 나가면 갈 곳이 없는 경우가 그것이다. 가정형편이 좋아진 것은 아내의 현명함 때문이고 시부모의 상까지 모신 것은 아내의 부덕과 예절의 소치라고 할 수 있으니 다른 허물이 다소 있더라도 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내는 남편을 하늘같이 모셔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남편은 그 아내를 땅같이 귀히 여겨야 할 것이다. 그러면 이 집안은 ‘되는 집안’이지만 만일 아내는 남편을 돌같이 여기고 남편은 아내를 모래처럼 여긴다면 그 집안은 ‘다 된 집안’이다. 부부는 상호신뢰와 상호존경의 윤리로 맺어져야 한다. 서로 속이고 서로 무시한다면 남는 것은 불신과 불경(不敬)뿐이다.

밥상을 눈썹까지 들어 올리는 것은 고사하고 제대로 밥상을 차려주지도 않아 남편 혼자 식은 밥이나 라면을 끓여 먹다가 활동도 제대로 못한 채 그대로 죽고 마는 경우도 있다. 어떤 부인은 이렇게 말한다.

“좀 훌륭한 남편이라야 존경도 하고 모시기도 잘 할 터인데, 우리 집 그 작자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어 대우 받을 가치가 없다.”

훌륭하다고 판단되는 남편을 잘 모시는 것은 쉽고도 당연하지만 다소 부족하더라도 극진히 모시고 보호하여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이 참다운 부덕(婦德)이라고 할 수 있다. 고구려의 평강공주(平岡公主)는 온달(溫達)이란 바보 남편을 잘 길러 위대한 대장군을 만들었던 것이다.

자식에게는 혼미한 어미요 남편에게는 악독한 아내인 미모악처(迷母惡妻)를 만나는 것은 남자의 일생일대 불행이오, 자식에게는 현명하고 남편에게는 선량한 아내인 현모양처(賢母良妻)를 만나는 것은 남자에게 있어 더 없는 천행(天幸)이다. 깊고 조용한 여자라는 뜻의 요조숙녀(窈窕淑女)는 훌륭한 남자의 좋은 배필, 즉 군자호술(君子好述)이라고 한다.

부부가 함께 노력하여 존경과 대우 받는 남편이 되고 사랑과 아낌 받는 아내가 되어서 백년해로하며 행복하게 한평생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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