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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과 보람

2018년 12월 21일 [(주)문경사랑]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주)문경사랑

 

기원전 2500년경에 중국에는 요(堯)라는 현명한 황제가 있었는데, 그는 단주(丹朱)라는 아들을 두고 있었다. 이 아들은 극단적 이기주의자여서 항상 ‘내 하나의 즐거움을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아도 좋다’는 뜻으로 일인지락 만인지고(一人之樂 萬人之苦)라는 말을 하곤 하였다.

요임금은 이를 알고 아들에게 임금의 자리를 주지 않고 효자로 이름난 순(舜)에게 선양하였으며, 순황제 역시 자기 자식이 아닌 치수(治水)에 능한 우(禹)에게 왕위를 넘겨주었다. 그리하여 요순시대라는 태평성대를 이루었던 것이다.

고구려 25대의 평원왕(平原王, 재위 559~590)에게는 평강공주(平康公主)라는 딸이 있었는데, 어릴 때 하도 울어서 다음에 커면 바보 온달(溫達)에게 시집보낸다고 겁을 주곤 했다. 성장하여 결혼시키고자 하니 좋은 혼처를 마다하고 어머니가 주는 보석만 가지고 평양(平壤) 뒤 깊은 산속에서 숱을 굽으면서 어머니와 살고 있는 바보 온달에게 갔다.

남편에게 학문과 무술을 가르쳐, 여러 해 후에 국가무술대회서 장원을 하였고 장군의 우두머리인 대형(大兄)의 자리에까지 올랐으며, 신라와 백제와의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한 여인의 희생과 헌신으로 역사에 빛나는 훌륭한 인물을 만들었던 것이다.

조선조 4대 임금인 세종대왕(世宗大王, 재위 1418~1450)은 훈민정음(訓民正音)이란 글자를 만들어 세종 28년인 1446년에 반포하였다. 밤을 세워 새로운 문자를 만드느라 임금은 실명을 하여 앞을 잘 보지 못하였다. 최만리(崔萬理) 등의 국내 선비들이 새로운 글의 사용을 반대하였고, 중국 명(明)나라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후 명의 황제는 그간의 사정을 알고 나서 “왕이 자기의 눈을 잃어가면서까지 백성의 눈을 뜨게 했구나”하면서 한글의 사용을 윤허하였다. 한 사람의 집념과 희생으로 만백성의 눈을 뜨게 하고, 그리하여 세계에서 가장 낮은 문맹률(文盲率)을 가진 나라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제 내가 경험했던 조그만한 희생과 그 보람의 사례를 하나만 소개코자 한다. 당시에는 인기 있는 직업인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 안동사범학교(安東師範學校)에 진학했다. 1학년 당시 한문(漢文)을 가르치던 선생님은 연세가 50대였으나 앞머리가 빠지고 하여 학생들이 ‘할배’라는 별명으로 불렀는데, 선생님은 그 별명을 듣는 것을 무척 싫어하셨다.

어느 날 수업하러 오시는 그 선생님을 본 어느 학생이 “할배 온다!”하고 크게 소리쳤다. 이 소리를 듣고 교실에 들어온 선생님은 출석을 부른 다음에 “아까 할배온다고 소리친 학생 일어나라. 일어나지 않으면 수업을 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한 가운데 그 학생은 일어나지 않았고 10분 정도가 흘렀다. 내가 벌떡 일어났다.

“제가 소리쳤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를 한참 쳐다보더니 수업후 교무실로 오라고 하고는 수업을 하시었다. 꾸중을 듣지 않을까 걱정하며 갔더니, “다른 학생이 그랬다는 것을 내가 알고 있다. 너는 향후 큰 지도자가 될 것이다.”하는 격려의 말씀을 들었다. 그 문제의 학생은 후일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고, 두고두고 나에게 잘 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집안의 참한 처녀를 중매하여 현재의 아내가 되도록 하였다. 학생 때의 은혜를 갚느라 오래도록 수고했던 것이다.

희생과 헌신은 매우 아름답고 가치로운 행위이다. 남을 위해 자신의 것을 바치는 희생과 헌신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정의감과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런 행위는 오른 손이 한 것을 왼 손이 모르게 하는 겸손함을 동반하면 더욱 빛나게 된다. 그러나 희생과 헌신이 널리 확산되고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그로 인한 결과가 가치와 보람으로 발현되는 정의로운 사회풍토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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